
시험은 끝났는데, 아이 얼굴은 오히려 그날부터 더 어두워지는 것 같지 않으세요? 성적 발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말수가 줄고,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고, 밤에 잠들기 전 "엄마, 그 문제 틀렸으면 어떡하지?" 하고 같은 말을 몇 번이고 꺼내기도 하지요.
저도 그 며칠이 참 길게 느껴졌어요. 시험을 치르는 날보다 결과를 기다리는 날들에 아이가 더 지쳐 보였거든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엄마 마음도 같이 조급해졌고요.
오늘은 왜 아이가 시험이 끝난 뒤에 더 불안해하는지, 연구가 그 "기다림"에 대해 무엇을 알려 주는지, 그리고 그 며칠을 아이와 함께 조금 덜 힘들게 지나는 방법을 나눠 보려 해요.

Q. 시험은 끝났는데 왜 그때부터 더 불안해할까요
결과를 모르는 채로 있는 상태 자체를 유난히 견디기 힘들어하는 성향을 심리학에서는 불확실성 불내성이라고 불러요. 불안 연구자 니컬러스 칼턴은 2016년 논문에서, 이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여러 불안을 관통하는 공통의 핵심일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고 정리했어요.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는 적어도 할 일이 있어요. 문제를 읽고, 풀고, 답을 고르지요. 그런데 시험이 끝나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는데 결과는 아직 모르는, 가장 다루기 어려운 상태가 시작돼요. 기다림 연구를 해 온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의 케이트 스위니 연구팀은 이 점을 이렇게 짚어요. 시험을 다 보고 나면,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과 걱정하는 것뿐이라고요.
이 연구팀이 인용한 이전 연구에서는, 결국 나쁜 소식으로 끝난 기다림을 떠올려 보게 했더니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시간이 나쁜 소식을 듣는 순간만큼, 혹은 그보다 더 힘들었다고 답했대요. 어른도 그런데 아이는 오죽할까요. 그러니 시험이 끝나고 더 예민해진 아이를 "유난스럽다"보다 "지금 모르는 시간을 견디는 중이구나"로 먼저 읽어 주세요.
Q. 같은 걱정을 왜 자꾸 되풀이할까요
똑같은 걱정이나 생각을 머릿속에서 계속 되감는 것을 반추라고 해요. 소가 먹은 풀을 되새김질하듯, "그 문제 틀렸으면 어떡하지", "그때 답을 바꾸지 말걸" 같은 생각이 계속 다시 올라오는 거예요. 스위니 연구팀은 기다리는 동안의 걱정을 "불안에, 앞날을 향해 맴도는 생각이 더해진 것"이라고 설명해요.
반추 연구를 이끈 수전 놀런혹스마와 동료들은 2008년 그동안의 연구를 정리하면서, 반추가 부정적인 생각을 키우고 문제 해결을 방해하며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뒷받침되었다고 적었어요. 같은 생각을 오래 붙들수록 답이 나오기보다 마음만 더 무거워진다는 거예요.
스위니 연구팀이 변호사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물을 때 쓴 문장 가운데 하나가 "시험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였어요. 다 큰 어른들이 고개를 끄덕인 그 문장을, 우리 아이는 "엄마, 자꾸 생각나"라는 말로 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만 유난히 약한 게 아니라, 기다림 앞에서 사람의 마음이 원래 그렇게 움직인다는 걸 알고 나면 엄마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져요.
밤에 유독 걱정이 커지는 것도 흔한 일이에요. 낮에는 학교와 놀이로 주의가 자연스럽게 흩어지지만, 불을 끄고 누우면 걱정을 가려 줄 다른 것이 없어요. 아이가 잠들기 전에 같은 걱정을 또 꺼낸다면, 이상한 게 아니라 그 시간이 원래 그런 시간이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Q. "다른 생각 좀 해"라고 하면 왜 잘 안 될까요
스위니 연구팀의 논문에는 엄마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목이 있어요. 기다리는 동안 주의를 돌리려고 더 많이 애쓴다고 답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걱정이 더 높았다는 이전 연구들이에요. 연구진은 이것을 이렇게 해석했어요. 사람들은 "딴생각을 하려고 애쓰는 것"과 "정말로 다른 일에 빠져드는 것"을 해내지 못하고, 이 활동 저 활동을 건너다니기만 한다는 거예요. 애쓰는 것과 빠져드는 것은 다르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연구팀은 몰입에 주목했어요. 변호사 시험을 치르고 넉 달 동안 결과를 기다린 로스쿨 졸업생 125명을 여러 차례 조사했더니, 기다리는 동안 몰입을 더 많이 경험한 사람이 걱정과 부정적 감정이 적고 긍정적 감정이 많았어요. 박사과정 구직자 141명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대학생 309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실력에 맞춰 점점 빨라지는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10분 하게 했는데, 긍정적인 감정은 올라가고 부정적인 감정은 줄었어요.
솔직하게 짚어 둘 부분도 있어요. 그 실험에서 게임은 걱정 자체를 줄이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나는 이걸 할 때 몰입한다"며 가장 많이 적은 활동은 책 읽기와 TV 보기였는데, 연구진은 이런 활동이 도전과 피드백이라는 몰입의 핵심 특징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어요. 그러니 몰입이 걱정을 없애 주는 마법은 아니지만,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 덜 힘들게 해 줄 수 있다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정확해요. 이 연구들은 성인과 대학생이 대상이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주세요.
그래도 희망적인 대목이 있어요. 놀런혹스마 연구팀은 반추 연구를 정리하면서, 수십 개의 실험에서 긍정적인 주의 전환이 가라앉은 기분을 덜어 주었다고 적었어요. 생각을 억지로 끊으려 애쓰기보다, 마음이 저절로 옮겨 갈 만한 즐거운 일을 곁에 놓아 주는 쪽이 더 낫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엄마의 역할도 여기서 분명해져요. 아이에게 "생각하지 마"라고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빠져들 만한 일을 함께 펼쳐 놓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걱정을 지우는 지우개가 아니라, 걱정 옆에 놓을 다른 그림을 함께 그리는 사람이요.
Q. 그럼 기다리는 며칠 동안 무엇을 함께 하면 좋을까요
첫째, "그만 생각해" 대신 빠져들 거리를 하나 건네 주세요. 연구가 말하는 몰입의 조건은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도전과, 바로 돌아오는 피드백이에요. 구슬 길 만들기, 퍼즐, 함께 요리하기, 공 주고받기처럼 손과 머리를 같이 쓰고 결과가 바로 보이는 활동이 좋아요. 화면을 멍하니 보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무언가를 해내는 활동이 이 조건에 더 가까워요.
둘째, 평소의 일상을 그대로 지켜 주세요. 밥 먹는 시간, 산책, 잠드는 시간이 평소와 같으면 아이 마음도 결과 하나에만 쏠리지 않고 숨 쉴 자리를 가져요. 엄마도 "이제 며칠 안 남았네" 같은 말을 자주 꺼내지 않는 게 좋아요.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다시 결과를 떠올리는 신호가 되거든요.
셋째, 기다림의 처음과 끝을 특히 챙겨 주세요. 스위니 연구팀의 변호사 시험 연구에서 사람들은 시험 직후와 발표 직전에 몰입을 가장 적게 경험했어요. 바로 걱정이 가장 큰 때이지요. 시험이 끝난 날 저녁과 발표 전날 저녁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미리 약속해 두시면 좋아요.
Q. 아이가 같은 걱정을 또 꺼내면 어떻게 받아 줄까요
한 번은 충분히 들어 주세요. "그 문제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구나." 그다음에는 매번 처음 듣는 것처럼 자세히 되짚어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또 그 생각이 났구나. 지금은 기다리는 중이지" 하고 짧게 받아 준 뒤, 함께 할 일로 넘어가면 돼요. 같은 생각을 엄마와 함께 계속 되감는 것이 오히려 반추를 길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반추와 성찰은 달라요. 놀런혹스마 연구팀도 반추와 "더 적응적인 자기 성찰"을 구분하는 연구를 소개했어요. 엄마 말로 옮기면, 같은 걱정을 맴도는 것과 "다음엔 무엇을 해 볼까"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의 차이예요. 걱정이 반복될 때 "그럼 다음 시험 땐 뭘 하나 바꿔 볼까?" 하고 딱 한 번 물어 주시면, 맴돌던 생각이 앞으로 갈 길을 찾기도 해요.
잠들기 전에는 걱정을 억지로 밀어내기보다 그 옆에 다른 생각 하나를 놓아 주세요. "오늘 제일 재밌었던 일 하나만 말해 줄래?" 걱정이 사라지지 않아도, 마음에 다른 것 하나가 함께 있으면 그 무게가 조금 덜어져요. 아래는 기다리는 일주일을 위한 작은 실천표예요.
| 언제 | 함께 할 것 | 건넬 말 |
|---|---|---|
| 시험 끝난 날 저녁 | 미리 약속해 둔 놀이 하나(퍼즐, 요리, 공놀이) | "오늘 정말 애썼어. 이제 우리 이거 하자." |
| 기다리는 평일 | 평소와 같은 밥·산책·잠 시간 지키기 | (결과 이야기는 엄마가 먼저 꺼내지 않기) |
| 같은 걱정이 또 나올 때 | 짧게 받아 주고 할 일로 넘어가기 | "또 생각났구나. 지금은 기다리는 중이지." |
| 잠들기 전 | 오늘 좋았던 일 하나 나누기 | "오늘 제일 재밌었던 일 하나만 말해 줄래?" |
| 발표 전날 저녁 | 손과 머리를 함께 쓰는 놀이로 몰입할 거리 주기 | "결과가 어떻든 엄마는 네 편이야." |

맘맘톡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까지 보내는 동안, 저도 결과를 기다리며 유난히 예민해지던 아이를 자주 지켜봤어요. "결과 나오면 알겠지, 그만 생각해"라는 말은 아무리 해도 통하지 않더라고요. 대신 "기다리는 동안 좋아하는 거 같이 하자"로 말을 바꾸고부터, 아이가 그 시간을 지나는 모습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함께 무언가에 빠져 있는 동안만큼은 아이 얼굴에서 걱정이 잠시 걷히는 게 보였어요. 바뀐 것은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채운 것이었어요.
당부를 하나 드리고 싶어요. 아이가 유독 예민한 그 며칠을 "유난스럽다"고 단정하지 말아 주세요. 아이는 자기 나름대로 모르는 시간을 견디는 중이에요. 그리고 엄마도 함께 조급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엄마가 먼저 평소의 걸음으로 하루를 살아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울타리가 돼요.
저는 기다림 앞에서 자주 이런 생각을 했어요. 결과는 우리 손을 떠났지만,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맡겨져 있다고요. 내일 일을 다 알 수 없어도 오늘의 밥상과 웃음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아이가 그걸 엄마 곁에서 배운다면 기다림은 견디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라 자라는 시간이 될 거예요.
이번 주 실천 목표: 다음 시험이 끝나는 날 저녁, 아이와 함께 할 "손과 머리를 같이 쓰는 놀이" 하나를 오늘 미리 정해 두세요. 그리고 그날 저녁 결과 이야기 대신 "오늘 정말 애썼어. 이제 우리 이거 하자" 한마디로 시작해 보세요.
오늘도 결과를 기다리는 아이 곁에서 같이 마음 졸이고 계신 엄마들께, 그 불안은 예민함이 아니라 충분히 이유 있는 반응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 며칠을 함께 잘 지나온 경험이, 아이가 앞으로 만날 또 다른 기다림 앞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는 밑거름이 될 거예요.
참고: Rankin, Walsh & Sweeny, 「A Better Distraction: Exploring the Benefits of Flow During Uncertain Waiting Periods」, Emotion 19권 5호(2019), UC Riverside 공개 원고(https://escholarship.org/content/qt25t752vx/qt25t752vx.pdf) · Nolen-Hoeksema, Wisco & Lyubomirsky, 「Rethinking Rumination」,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3권 5호(2008), 400–424, 서지·초록(https://api.crossref.org/works/10.1111/j.1745-6924.2008.00088.x) · Carleton, 「Into the unknown: A review and synthesis of contemporary models involving uncertainty」, Journal of Anxiety Disorders 39권(2016), 30–43, 초록(https://pubmed.ncbi.nlm.nih.gov/26945765/) (2026년 11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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