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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코칭

안 배운 건 아예 안 풀려는 아이, 먼저 틀려 보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어요

by 맘맘톡(가치코치) 2026.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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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배운 단원의 문제를 보여 주면 "이거 안 배운 거라 몰라" 하고 연필을 내려놓는 아이, 혹시 집에 있지 않으세요?

저희 집 아이들도 그럴 때가 있었어요. 그 말을 들으면 "그래, 배우고 나서 풀자" 하고 넘어가게 되잖아요. 틀릴 게 뻔한 문제를 굳이 붙들게 하는 건 시간 낭비 같기도 하고, 괜히 기분만 상하게 할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심리학 연구 가운데에는, 배우기 전에 먼저 문제를 풀어 보고 틀린 경험이, 바로 뒤에 정답을 배울 때 오히려 기억을 돕는다는 결과가 있어요. 오늘은 이 사전 테스트 효과를, 연구가 실제로 무엇을 했고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와 함께 짚어 보려 해요.

Q. 배우기 전에 문제부터 풀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보통 시험은 "얼마나 배웠는지 확인하는 도구"로 여겨지지요. 그래서 배우기 전에 보는 시험은 어차피 다 틀릴 테니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미국의 린지 리치랜드(Lindsey Richland), 네이트 코넬(Nate Kornell), 리치 숀 카오(Liche Sean Kao)는 2009년 학술지 『실험심리학 저널: 응용(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Applied)』에 이런 질문을 던진 논문을 실었어요. "답을 못 맞힌 시험도 그 뒤의 배움을 도울 수 있을까?"

연구진이 이 질문을 꺼낸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그때까지 시험이 기억을 돕는다는 연구는 많았지만, 그 이점은 주로 정답을 맞힌 문제에서 크게 나타났거든요. 틀린 문제는 별 도움이 없거나, 오히려 틀린 답이 머리에 남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고요. 그래서 연구진은 일부러 거의 다 틀릴 수밖에 없는 상황, 즉 배우기 전에 시험을 보는 상황을 만들어 그 효과를 따로 떼어 보았어요.

Q. 연구에서는 어떻게 확인했나요

첫 번째 실험에는 대학생 63명이 참여했어요. 읽을거리는 뇌 손상 때문에 색을 보지 못하게 된 환자에 관한, 시각을 다룬 과학 에세이였어요. 한 무리는 먼저 이 글에 관한 문제 다섯 개를 2분 동안 풀고 나서 글을 8분 동안 읽었고, 다른 무리는 같은 글을 10분 동안 읽기만 했어요. 쓴 시간은 두 무리가 똑같이 10분이었던 거예요. 먼저 문제를 푼 쪽은 모르더라도 다섯 문제 모두 답을 써 보라는 안내를 받았어요.

결과는 예상대로 사전 테스트에서 정답률이 5%밖에 안 됐어요. 거의 다 틀린 거지요. 그런데 글을 읽은 뒤 바로 본 최종 테스트에서는, 먼저 풀어 본 문항을 맞힌 비율이 75%로, 10분 동안 읽기만 한 쪽의 56%보다 높았어요. 중요한 점은, 연구진이 사전 테스트에서 이미 맞힌 문항은 분석에서 아예 빼 버렸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차이는 처음에 틀렸던 문제들에서 나온 결과예요.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점이 있어요. 같은 사람 안에서 보면, 먼저 풀어 본 문항은 75%를 맞혔지만 사전 테스트에 나오지 않은 문항은 50%였어요. 이점이 시험에 나온 그 내용에만 생긴 거예요. 다만 시험에 안 나온 문항이 읽기만 한 쪽보다 나빠지지도 않았어요. 연구진은 사전 테스트가 다른 내용의 기억을 해치지는 않았다고 정리했어요.

Q. 그냥 "이게 중요하다"고 알려 준 것과 뭐가 다른가요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어요. 문제를 먼저 보면 "아, 이 부분이 중요하구나" 하고 그 부분을 더 열심히 읽었을 뿐 아니냐는 거지요. 연구진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다음 실험들에서는 읽기만 하는 쪽에게도 시험에 나올 문장을 기울임 글씨로 표시하거나, 핵심 낱말을 굵은 글씨로 눈에 띄게 해 주었어요. 두 무리 모두 "어디가 중요한지"는 똑같이 알 수 있게 한 거예요. 그래도 먼저 풀어 본 쪽의 이점이 남았어요.

네 번째 실험에서는 대학생 158명이 글을 읽고 일주일 뒤에 다시 와서 최종 테스트를 보았어요. 굵은 글씨로 표시된 같은 조건끼리 비교했을 때, 먼저 풀어 본 문항은 55%, 더 오래 읽기만 한 쪽은 45%를 맞혔어요. 일주일이 지나도 차이가 남아 있었던 거예요.

다섯 번째 실험은 더 흥미로워요. 76명을 세 무리로 나눴는데, 한 무리는 문제를 먼저 풀어 보고, 한 무리는 같은 문제를 풀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낼 문제니까 질문 자체를 외우라"는 안내를 받았고, 한 무리는 더 오래 읽기만 했어요. 최종 테스트에서 답을 떠올려 본 쪽 90%, 질문만 외운 쪽 78%, 읽기만 한 쪽 63%였어요. 질문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도움이 됐지만, 틀리더라도 스스로 답을 떠올려 보려는 시도가 그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들었다는 뜻이에요.

Q. 아예 답을 알 수 없는 문제여도 그런가요

같은 해 코넬은 로버트 비요크(Robert Bjork), 매튜 헤이스(Matthew Hays)와 함께 『실험심리학 저널: 학습, 기억, 인지』에 또 다른 연구를 냈어요. 이번에는 아예 맞힐 수 없도록 재료를 만들었어요. 실제로 없는 가상의 전쟁을 두고 "칼루멧 전쟁을 끝낸 평화조약은 무엇일까요?" 같은 문제를 내거나, '고래'라는 단어를 보여 주고 거기서 약하게 연결되는 단어(예: '포유류')를 맞혀 보게 했어요. 어쩌다 맞힌 드문 경우는 분석에서 뺐고요.

한 조건에서는 먼저 답을 떠올려 보게 한 뒤 정답을 보여 주었고, 다른 조건에서는 문제와 정답을 처음부터 같이 보여 주었어요. 그 결과, 두 종류의 재료 모두에서 답을 떠올리려다 실패한 시도가 이후의 학습을 높였어요. 연구진은 초록에서 "오류를 피하기보다 도전적인 시험을 치러 보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의 한 열쇠일 수 있다"고 적었어요. 답이 "모르는 것"이라는 사실 자체는, 시도해 볼 이유를 없애지 않는다는 거예요.

Q. 그럼 아무 문제나 먼저 풀게 하면 되나요

여기가 오늘 꼭 기억해 두셨으면 하는 부분이에요. 이 효과에는 조건이 있어요. 2012년 헤이스, 코넬, 비요크가 이어서 낸 연구에서는, 틀린 직후에 바로 정답을 보여 주었을 때는 기억이 더 좋아졌지만, 정답을 한참 뒤에 보여 주었을 때는 그런 이점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해롭지도 않았지만 도움도 되지 않았던 거예요. 연구진은 결론에서 이 이점은 "피드백이 주어지는 한" 성립하며, "때맞춘 피드백"이 있을 때 시험이 더 강력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고 정리했어요.

리치랜드의 논문도 비슷한 점을 짚었어요. 먼저 풀어 본 시험이 도움이 되려면, 그 뒤에 그 내용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이어져야 한다는 거예요. 앞에서 본 것처럼 이점은 시험에 나왔던 내용에만 생겼으니, 문제와 뒤따르는 공부가 같은 내용을 가리켜야 하고요. 그리고 이 실험들은 대학생이 과학 글이나 단어를 배운 경우라서, 아이들에게도, 또 수학 풀이 같은 다른 종류의 공부에도 똑같이 나타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요. 연구진 스스로도 다양한 글과 문항 유형에서 같은 이점이 있는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핵심은 "틀려 봐야 정신 차린다"가 아니에요. 먼저 떠올려 보는 시도 → 곧바로 정답 확인 → 그 내용 배우기, 이 순서가 함께 갈 때 연구에서 이점이 보였다는 거예요.

Q. 집에서는 어떻게 해 볼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바꿔 볼 수 있는 건, 먼저 풀어 보는 문제를 "채점하지 않는 질문"으로 만드는 거예요. 새 단원을 펼치기 전에 교과서 끝에 있는 확인 문제 두세 개를 골라 "아직 안 배운 거니까 틀리는 게 당연해. 그냥 짐작만 해 보자"라고 말해 주세요. 동그라미나 가위표를 치지 않고, 아이가 떠올린 답을 그대로 들어 주기만 해도 돼요.

그다음이 중요해요. 짐작해 본 직후에 바로 그 부분을 같이 읽거나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읽다가 아까 그 질문의 답이 나오면 "아, 여기 있었네!" 하고 함께 짚어 주시면 좋아요. 짐작을 해 놓고 정답을 며칠 뒤로 미루면, 연구에서 본 이점은 기대하기 어려워요.

"안 배운 거라 몰라"라고 말하는 아이에게는 그 말을 고치려 하기보다 먼저 받아 주세요. "맞아, 아직 안 배웠지. 그러니까 지금 틀려도 아무 상관 없어"라고요. 이건 아이를 시험하는 시간이 아니라, 곧 배울 내용을 위해 머릿속 자리를 미리 마련해 두는 시간이라는 걸 아이도 느끼게 되면, 짐작해 보는 게 점점 덜 부담스러워져요. 엉뚱한 답에도 "오, 그렇게 생각했구나" 하고 웃어 주시면 충분해요.

맘맘톡

개념 뜻 부모가 할 일
사전 테스트 효과 배우기 전에 먼저 풀어 보고 틀렸더라도, 뒤이어 배운 그 내용이 더 잘 남았던 연구 결과 새 단원 전에 질문 두세 개를 "짐작만 해 보자"로 던지기
바로 이어지는 정답 정답을 곧바로 보여 줬을 때 이점이 있었고, 한참 늦게 보여 줬을 때는 이점이 없었음 짐작한 직후에 그 부분을 같이 읽고 답을 함께 찾기
공통 해법 먼저 풀어 보는 문제는 채점하지 않기 — 틀려도 되는 시간이라는 걸 말로 알려 주기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는 동안, 저도 "안 배운 거라 몰라"라는 말을 들으면 얼른 설명부터 해 주곤 했어요. 그런데 설명 전에 "먼저 한번 짐작해 볼래?" 하고 물어보는 순서로 바꿔 보니, 설명을 듣는 아이의 눈빛이 조금 달라지는 걸 느낄 때가 있었어요. 자기가 짐작했던 것과 맞춰 보며 듣게 되니까요. 바뀐 건 아이의 실력이 아니라, 제가 질문을 던지는 순서였어요.

물론 모든 아이에게, 모든 공부에 똑같이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틀리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짧은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그 틀림 바로 뒤에 정답을 같이 찾아 주는 것은 오늘 저녁에도 해 볼 수 있는 일이에요.

이번 주 실천 목표는 하나예요. 이번 주에 새로 배울 단원 하나를 골라,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교과서 확인 문제 두 개만 "채점 안 할게, 짐작만 해 봐"라고 먼저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바로 이어서 그 답을 함께 찾아 읽어 보세요. 그 짧은 짐작 하나가, 아이에게 "모르는 걸 먼저 생각해 보는 건 괜찮은 일"이라는 경험으로 쌓여 갈 거예요.

참고: Richland, Kornell & Kao, 「The Pretesting Effect: Do Unsuccessful Retrieval Attempts Enhance Learn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Applied 15권 3호 243–257쪽(2009, https://learninglab.uchicago.edu/Pre-Testing_files/RichlandKornellKao.pdf) · Kornell, Hays & Bjork, 「Unsuccessful retrieval attempts enhance subsequent learn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35권 4호 989–998쪽(2009, PubMed PMID 19586265 초록 https://pubmed.ncbi.nlm.nih.gov/19586265/) · Hays, Kornell & Bjork, 「When and Why a Failed Test Potentiates the Effectiveness of Subsequent Stud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2012, https://sites.lifesci.ucla.edu/psych-bjorklab/wp-content/uploads/sites/13/2016/07/Hays_Kornell_RBjork_inpress.pdf) (2026년 10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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