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분명히 맞혔는데, "이건 왜 이렇게 푼 거야?" 하고 물으면 아이가 머뭇거리다 "그냥요"라고 대답한 적 있으신가요?
답이 맞았으니 넘어가도 될 것 같다가도, 비슷한데 조금만 바뀐 문제 앞에서 손을 놓는 걸 보면 마음 한쪽이 걸리실 거예요. 저희 집 아이들도 그럴 때가 있었거든요. 풀이 순서는 따라가는데, 그 한 줄 한 줄이 왜 거기 있는지는 말로 꺼내지 못하는 모습이요.
오늘은 이 "왜"를 아이가 스스로에게 설명해 보는 공부법, 학습과학에서 자기설명 효과라고 부르는 연구를 원래 논문 그대로 살펴보려 해요.

Q. 자기설명이 정확히 뭔가요
자기설명은 공부하는 도중에 읽은 내용이나 풀이의 한 단계를 두고 "이건 왜 이렇지?"를 스스로에게 말로 풀어 보는 것이에요. 누군가에게 들려주려는 설명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빈칸을 메우는 혼잣말에 가까워요. 연구자들은 글을 그대로 바꿔 말하는 것은 자기설명으로 치지 않았어요. 글에 적혀 있지 않은 것을 아이가 스스로 이어 붙여 새로 끌어낸 생각만 자기설명으로 셌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교과서에 "심장은 가운데 벽으로 나뉘어 있다", "오른쪽은 폐로, 왼쪽은 온몸으로 피를 보낸다"라고만 적혀 있을 때, 한 학생이 "아, 그러니까 이 벽은 피가 섞이지 않게 막아 주는 담장 같은 거구나"라고 혼잣말을 했어요. 책에는 "섞이지 않게"라는 말이 없었는데 말이에요. 이렇게 글과 글 사이의 빈틈을 자기 말로 채우는 순간이 바로 자기설명이에요.
Q. 이 개념은 어떤 연구에서 나왔나요
출발점은 1989년 학술지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에 실린 미셸린 치(Michelene Chi)와 동료들(Bassok, Lewis, Reimann, Glaser)의 연구예요. 연구진은 대학생 8명에게 물리(역학) 교재를 공부하게 한 뒤, 풀이가 적힌 예제 세 개를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게 했어요. 그런 다음 단원 끝 문제를 풀게 했지요.
연구진이 이 실험을 설계한 이유가 엄마들 마음에 와닿아요. 교재에 실린 풀이 예제는 대개 "이 매듭을 물체로 본다", "축을 이렇게 잡는다"처럼 무엇을 했는지만 차례로 적혀 있고, 왜 그렇게 했는지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대요. 그래서 예제에서 제대로 배우려면 그 빈 "왜"를 읽는 사람이 스스로 채워야 한다고 본 거예요. 답을 맞힌 아이가 "왜"를 말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풀이를 따라 하기만 하고 그 빈칸을 채워 본 적이 없어서일지 몰라요.
결과를 보면, 나중에 문제를 더 잘 푼 4명은 예제 하나를 읽으며 평균 15.3개의 설명을 스스로 만들었고, 사후 시험에서 평균 82%를 맞혔어요. 덜 잘 푼 4명은 예제당 2.8개의 설명만 만들었고 평균 46%를 맞혔어요. 논문 초록에 따르면 잘 푼 학생들은 풀이의 각 단계가 어떤 조건에서 왜 쓰이는지 넓혀 생각하고, 그것을 교재의 원리와 이었어요. 또 자기가 어디를 알고 어디를 모르는지 정확히 점검했어요. 반대로 설명을 적게 한 학생들은 자기 이해를 부정확하게 점검했고, 문제를 풀 때 예제를 많이 다시 들춰 봤다고 해요.
Q. 원래 잘하는 아이라서 설명도 많이 한 것 아닐까요
연구진도 똑같은 의문을 가졌어요. 그래서 1994년, 치와 동료들(de Leeuw, Chiu, LaVancher)은 이번엔 스스로 설명하라고 일부러 요청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살폈어요. 피츠버그대학교 연구진이 지역 공립학교 8학년 학생 24명과 함께했어요. 학생들은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의 인체 순환계 단원(101문장)을 읽었어요. 한 장에 한 문장씩 인쇄된 종이였어요. 14명은 문장마다 소리 내어 읽은 뒤 "이 문장이 너에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나머지 10명은 설명 요청 없이 같은 글을 두 번 읽었어요.
사전 시험과 사후 시험을 비교했더니 설명을 요청받은 쪽은 32%, 두 번 읽은 쪽은 22% 올랐어요. 글에 직접 나오지 않아 추론해야 하는 어려운 문항만 보면 22.6% 대 12.5%로 차이가 더 벌어졌어요. 순환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머릿속 그림을 가장 정확하게 갖게 된 학생도 설명 쪽은 14명 중 8명, 두 번 읽은 쪽은 9명 중 2명이었어요. 학력검사 점수를 함께 넣어 분석해도 설명 요청을 받은 쪽의 이점은 남았다고 연구진은 적었어요.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요. 연구진은 자기설명이 새 지식을 직접 지어 내는 활동이라는 점, 그리고 새로 읽은 내용을 이미 알던 것과 이어 붙이게 한다는 점을 꼽았어요. 실제로 자기설명의 적어도 30%는 새 정보를 아이가 원래 알던 지식과 엮는 데서 나왔고, 약 41%는 지금 읽는 줄을 앞에서 읽은 문장과 연결하면서 나왔어요. 설명을 많이 한 학생들은 연결의 절반가량이 서로 다른 주제 사이를 잇는 것이었는데, 적게 한 학생들은 대부분 같은 주제 안에서만 이었어요. 조각조각 외운 지식이 아니라 서로 이어진 하나의 그림이 생긴 셈이에요.

Q. 이 결과를 어디까지 믿으면 될까요
솔직하게 짚어 둘 부분도 있어요. 두 연구 모두 참여 인원이 적었어요. 1994년 연구에서 설명 쪽의 평균 공부 시간은 2시간 5분, 두 번 읽은 쪽은 1시간 6분이라 시간이 똑같지는 않았어요. 설명 쪽 안에서도 설명을 많이 한 4명(평균 87개)과 적게 한 4명(평균 29개)의 향상은 38% 대 27%였는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 조금 못 미쳤어요. 그러니 "설명만 시키면 성적이 오른다"가 아니라, "왜"를 스스로 이어 붙이는 활동이 더 깊은 이해와 함께 나타났다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정확해요.
또 하나, 두 번 읽은 쪽도 22%나 올랐다는 점을 놓치지 마세요. 다시 읽기가 쓸모없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 연구에서는 각 단계를 적어도 일주일 간격으로 나눠 진행했고, 사후 시험에서는 글이나 메모를 다시 봐도 되게 했어요. 그런 조건에서 두 쪽 모두 배웠고, "왜"를 말로 이어 붙인 쪽이 특히 깊은 추론 문항에서 조금 더 많이 올랐다는 정도로 기억해 두시면 돼요.
흥미로운 점도 있어요. 학생들이 만든 자기설명 가운데 약 4분의 1은 틀린 내용이었는데, 그 틀린 설명이 학습에 해가 되지는 않았대요. 연구진은 틀린 설명을 일단 말로 꺼내 놓으면, 뒤에 이어지는 문장과 부딪히면서 스스로 고칠 기회가 생긴다고 해석했어요. 아이가 엉뚱하게 설명해도 바로 고쳐 주지 않고 기다려 주어도 된다는 뜻이에요.
Q. 엄마한테 설명해 보라는 것과는 뭐가 다른가요
비슷해 보이지만 초점이 달라요. 엄마에게 설명하는 순간 아이는 "잘 말해야 한다"는 듣는 사람을 의식하게 돼요. 자기설명은 청중이 없어요. 틀려도, 중얼거려도, 중간에 "어? 이상한데" 하고 멈춰도 괜찮은 자리예요. 1994년 연구의 요청 문장도 아이에게 평가를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이 줄이 너에게 어떤 새로운 정보를 주는지, 앞에서 읽은 것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혹시 궁금한 게 생겼는지 말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정서적으로 안전해야 생각이 마음껏 굴러간다는 점에서, 이 '청중 없음'이 오히려 큰 장점이에요.
Q. 집에서는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문제집의 풀이 예시나 교과서 한 단락을 골라, 아이가 한 줄 읽고 한 번 멈춰 스스로에게 묻게 해 주세요. 부모는 질문 세 개만 적어 건네면 충분해요. "이 줄은 왜 여기 있을까?", "앞 줄이랑 어떻게 이어지지?", "여기서 궁금한 건 뭐지?" 소리 내도 좋고 속삭여도 좋아요. 처음 몇 번만 옆에서 살짝 상기시켜 주시고, 그다음엔 물러나 계셔도 돼요. 1994년 연구에서도 처음 몇 번 요청을 받은 뒤로는 학생들이 따로 재촉하지 않아도 스스로 설명을 이어 갔다고 해요.
아이가 "모르겠어"라고 말하면 그것도 훌륭한 자기설명의 시작이에요. 어디서 막혔는지 스스로 알아챈 거니까요. 그 순간엔 정답 대신 "어디까지는 이해됐어?" 한마디면 충분해요.
맘맘톡
| 개념 | 뜻 | 부모가 할 일 |
|---|---|---|
| 자기설명 | 공부 도중 한 줄, 한 단계마다 "왜"를 스스로에게 말로 이어 붙이는 것 | 질문 세 개를 적어 건네고, 듣는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 |
| 틀린 설명 | 연구에서 약 4분의 1은 틀렸지만 학습에 해롭지 않았고, 스스로 고칠 기회가 됨 | 엉뚱한 설명도 바로 고치지 않고 끝까지 두기 |
| 공통 해법 | 답이 맞은 문제에서도 "이 줄은 왜?"를 혼잣말로 묻는 습관 | |
답을 맞힌 아이에게 "왜?"를 묻는 건 아이를 시험하려는 게 아니에요. 아이 안에 이미 있는 생각을 밖으로 꺼내 이어 붙일 자리를 마련해 주는 거예요. 말을 못 하는 건 모르는 게 아니라, 아직 그 다리를 놓아 본 적이 없어서일 수 있거든요.
저도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정답을 확인하는 데 마음이 급했던 적이 많아요. 그런데 한 줄씩 멈춰 혼잣말하는 아이 곁에서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주는 시간이, 제가 설명을 덧붙이는 시간보다 아이에게 더 많은 걸 남겨 주더라고요.
이번 주 실천 목표: 이번 주에 딱 세 번, 아이가 문제집의 풀이 예시 하나를 볼 때 "한 줄 읽고, 이 줄은 왜 여기 있는지 혼잣말로 한 번 말해 보기"를 부탁해 보세요. 엄마는 채점하지 않고, 끝나면 "멈춰서 생각해 봤구나" 한마디만 건네 주시면 돼요. 그 작은 멈춤이 쌓이면, 아이는 답 너머의 "왜"를 스스로 찾아가는 법을 조금씩 익혀 갈 거예요.
참고: Chi, Bassok, Lewis, Reimann & Glaser, 「Self-Explanations: How Students Study and Use Examples in Learning to Solve Problems」, Cognitive Science 13권 2호(1989), 서지·초록(https://api.crossref.org/works/10.1207/s15516709cog1302_1) 및 ASU 학습과학연구실 논문 소개(https://education.asu.edu/lcl/publications/chi-m-t-h-bassok-m-lewis-m-reimann-p-glaser-r-1989-self-explanations-how-students) · Chi, de Leeuw, Chiu & LaVancher, 「Eliciting Self-Explanations Improves Understanding」, Cognitive Science 18권 3호(1994), 전문 PDF(https://education.asu.edu/sites/g/files/litvpz656/files/lcl/chideleeuwchiulavancher_3.pdf) (2026년 10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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