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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코칭

문제집은 많이 풀었는데 시험에서는 기억이 안 나는 아이, 어떻게 공부했길래 그럴까요

by 맘맘톡(가치코치) 2026.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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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집을 몇 번씩 다시 풀고, 교과서에 밑줄까지 그어 가며 분명히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지 앞에서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아이가 있습니다. "분명히 아는 건데 생각이 안 나"라며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면, 노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아이가 왜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시험에서는 기억이 잘 안 나는지, 그리고 그것이 노력 부족이 아니라 공부 방식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짚어 보려 합니다. 공부할 때 머리를 쓰는 방식과, 시험 볼 때 머리를 쓰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수 있습니다.

Q. 왜 공부할 땐 아는 것 같았는데 시험에선 막힐까요

익숙한 내용을 다시 봤을 때 "이거 봤던 거다"라고 알아보는 것을 재인이라 하고, 아무 힌트 없이 머릿속에서 직접 꺼내는 것을 회상이라고 합니다. 교과서를 다시 읽거나 밑줄 그은 부분을 눈으로 훑는 것은 대부분 재인 연습입니다. 눈앞에 답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아, 맞아"라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고 "다 아는 것 같다"는 자신감을 줍니다.

그런데 시험은 힌트 없이 머릿속에서 답을 직접 꺼내야 하는 회상 과제입니다. 공부할 때 재인 연습만 반복했다면, 그 내용을 "알아보는" 능력은 늘어나지만 "꺼내는" 능력은 따로 훈련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펼치면 바로 알아볼 수 있는데, 시험지 앞에서는 그 길을 혼자 찾아가지 못하는 간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아이에게 "공부를 제대로 안 했나 보네"라고 단정하시기보다, "알아보는 연습은 많이 했는데, 꺼내는 연습이 부족했을 수 있겠다"로 먼저 짐작해 주시는 편이 상황에 더 가깝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던 시간은 분명히 길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간격을 아이 스스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교과서를 다시 읽는 동안 느끼는 "안다"는 감각이 워낙 자연스럽고 편안하기 때문에, 아이는 "나는 이 단원을 다 안다"고 진심으로 믿게 됩니다. 실제로 꺼내 보려고 시도한 적이 없으니, 그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시험 전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했는데 왜 모르지"라는 아이의 억울함도, "분명히 공부시켰는데 왜 저럴까"라는 부모의 답답함도 둘 다 진심일 수 있습니다.

Q. 그런데 왜 다시 읽기만 하면 꺼내는 연습이 안 될까요

다시 읽기, 밑줄 긋기, 형광펜 칠하기는 모두 눈앞에 답이 있는 상태에서 하는 활동입니다. 학생들이 흔히 쓰는 공부법 열 가지를 연구 근거로 평가한 2013년 종합 보고서(던로스키 외,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에서도, 다시 읽기와 밑줄·형광펜 긋기는 "꾸준히 성적을 올려 주지는 못한다"는 이유로 활용도가 낮은 쪽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반대로 높은 활용도로 평가된 두 가지가 스스로 문제를 풀며 떠올려 보는 연습, 곧 인출연습(retrieval practice)과, 시간 간격을 두고 나눠서 공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인출연습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연구가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심리학자 헨리 로디거(Henry Roediger)와 제프리 카피크(Jeffrey Karpicke)의 실험입니다. 같은 글을 한 번 더 읽은 경우와, 책을 덮고 기억나는 만큼 적어 본 경우를 비교했는데, 일주일 뒤 시험에서는 적어 본 쪽이 더 많이 기억해 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적어 본 학생들이 정답을 다시 확인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틀린 부분을 고쳐 주는 과정 없이, 떠올려 보는 일만으로 차이가 났습니다.

이 연구가 말하는 것은, "다시 보는 것"과 "꺼내 보는 것"이 서로 다른 종류의 연습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보는 동안 느끼는 "익숙하다"는 감각은 편안하고 자신감을 주지만, 실제로 시험에서 필요한 "혼자 꺼내는" 능력까지 길러 주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도 시험에 필요한 기술을 공부하는 동안 미리 연습해 보는 것이 나중의 기억에 도움이 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책을 덮고 틀리더라도 한번 떠올려 보려 애쓰는 시간이, 기억을 붙잡아 두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Q. 연구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비교했을까요

첫 번째 실험에는 이 대학의 학부생 120명(18~24세)이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은 영어 시험 대비 교재에 실린 짧은 과학 글 두 편, "태양"과 "해달"을 7분씩 읽었습니다. 그다음 한 편은 7분 동안 다시 읽고, 다른 한 편은 제목만 적힌 종이에 기억나는 내용을 순서나 표현에 상관없이 최대한 적었습니다. 그리고 5분 뒤, 이틀 뒤, 일주일 뒤 중 한 시점에 두 글을 다시 떠올려 적는 시험을 봤습니다.

결과는 시점에 따라 뒤집혔습니다. 5분 뒤에는 다시 읽은 쪽이 조금 더 많이 기억했습니다(81% 대 75%). 그런데 이틀 뒤에는 적어 본 쪽이 68%, 다시 읽은 쪽이 54%였고, 일주일 뒤에는 56% 대 42%였습니다. 시험 직전에 몰아서 다시 읽는 공부가 당장은 더 나아 보이는 이유도 여기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실험(학부생 180명)에서는 같은 글을 네 번 읽기만 한 집단과, 한 번 읽고 세 번 떠올려 적은 집단 등을 비교했습니다. 일주일 뒤 네 번 읽은 집단은 40%, 세 번 적어 본 집단은 61%를 기억했습니다. 읽은 횟수로만 보면 읽기만 한 집단이 평균 14.2번, 적어 본 집단은 3.4번이었는데도 그랬습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읽기만 한 집단이 "일주일 뒤에도 잘 기억할 것"이라고 가장 자신 있게 예측했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다 안다"고 느끼는 감각과 실제 기억이 어긋날 수 있다는 앞의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다만 이 실험의 참여자는 초등학생이 아니라 대학생이었고, 재료도 짧은 과학 글이었습니다. 연구자들 스스로도 이 효과가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는 아직 다 알려지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에게 똑같은 숫자가 나온다고 기대하기보다는, "읽기만 하는 것보다 꺼내 보는 연습을 섞어 보자"는 방향을 얻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Q. 모든 과목에 똑같이 적용되는 방법일까요

영어 단어를 외울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단어장을 눈으로 훑으며 "이 단어 봤었지"라고 느끼는 것은 재인이고, 뜻을 가리고 단어만 보며 뜻을 맞혀 보는 것은 회상입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풀이 과정을 다시 읽으며 "이렇게 푸는 거였지"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문제를 새로 받아 처음부터 손으로 풀어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연습입니다. 과목이 무엇이든, "보고 확인하는 것"과 "직접 꺼내 보는 것"의 간격은 똑같이 존재합니다.

다만 과목에 따라 꺼내는 방식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어나 사회처럼 설명이 중심인 과목은 말로 설명해 보는 방식이 잘 맞을 수 있고, 수학이나 과학처럼 절차가 중심인 과목은 직접 손으로 풀어 보는 것이 시험과 더 비슷한 꺼내기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만 확인하고 끝내지 않는다"는 원칙이고, 그 원칙을 과목의 성격에 맞게 적용해 주시면 됩니다.

Q. 그럼 부모가 지금 해 줄 수 있는 건 뭘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공부가 끝난 뒤 책을 덮고 "방금 배운 거 한번 말해 볼까?"로 꺼내 보게 하는 것입니다. 틀리거나 막혀도 괜찮습니다. 막힌 부분을 다시 펼쳐 확인하고, 다시 덮고 한 번 더 말해 보는 과정 자체가 바로 인출연습입니다.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해도, 꺼내려고 애쓴 시도 자체가 기억을 다지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집을 풀 때도 같은 페이지를 반복해서 다시 풀기보다, 하루나 이틀 지난 뒤에 백지에 떠올려 쓰는 연습을 끼워 넣어 주시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제 배운 단원, 책 안 보고 중요한 것 세 가지만 적어 볼까?"처럼 간단한 질문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이 바로 아이가 실제로는 재인만 하고 회상은 못 하는 지점이니, 그 부분을 집중해서 다시 짚어 주시면 됩니다.

집에서는 이렇게 세 단계로 해 보셔도 좋습니다. 1단계, 공부를 마치면 책을 덮고 빈 종이 한 장을 줍니다. 2단계, 순서나 맞춤법은 신경 쓰지 말고 기억나는 것을 5분 정도 적게 합니다. 연구에서 학생들이 했던 것처럼 "기억나는 만큼"이면 충분합니다. 3단계, 다 적은 뒤에 책을 펼쳐 빠진 것을 함께 찾아보고, 빠진 부분은 다음 날 다시 덮고 떠올려 보게 합니다.

대화로 하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오늘 과학에서 뭐 배웠어? 책 덮고 생각나는 것만 말해 줘." "음… 식물이 빛으로 양분을 만든다는 거, 그리고… 잎에서 한다는 거." "좋아, 두 개 나왔네.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같이 찾아볼까?" 이때 부모가 정답을 먼저 말해 주기보다, 아이가 책에서 직접 찾아 확인하게 해 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찾은 뒤에는 "내일 아침에 이거 하나만 다시 물어볼게"라고 짧게 약속해 두시면, 간격을 둔 두 번째 꺼내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아이가 막상 처음 해 보면, "분명히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안 나온다"며 당황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그러니까 공부를 안 한 거네"로 받으시기보다, "지금 그 당황스러움이 바로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알려 주시면 좋습니다. 막혀서 답답한 그 순간이야말로, 다시 읽기만 했을 때는 결코 드러나지 않았을 약한 부분을 발견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끼리 서로 문제를 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부모가 "오늘 배운 거 중에 하나만 나한테 설명해 줄 수 있어?"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회상 연습을 하게 됩니다. 설명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그것이 바로 다음에 더 신경 써서 봐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함께 알려 주시면, 아이도 스스로 어디가 약한지 가늠하는 눈을 키우게 됩니다.

꺼내 보는 시점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앞의 2013년 보고서에서 인출연습과 함께 높은 활용도로 평가된 것이 시간 간격을 두고 나눠서 공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니 며칠 뒤, 일주일 뒤처럼 조금씩 간격을 두고 다시 꺼내 보는 방식을 한 번에 몰아서 반복하는 것과 함께 써 보시면 좋습니다. 월요일에 배운 내용을 금요일에 한 번 더 꺼내 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단기간에 몰아서 복습하는 것보다 시험 때까지 기억이 더 오래 버텨 줄 수 있습니다.

맘맘톡

개념 뜻 부모가 할 일
재인 눈앞에 답이 있을 때 "알아보는" 느낌 다시 읽기만으로 끝내지 않도록 안내하기
회상(인출연습) 힌트 없이 머릿속에서 직접 "꺼내는" 능력 책을 덮고 말해 보거나 백지에 써 보게 하기
공통 해법 막히는 부분을 확인하고 다시 덮고 또 꺼내 보는 과정 반복

정리하면,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에서 기억이 안 나는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알아보는 재인 연습만 쌓이고, 직접 꺼내는 회상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책을 덮고 떠올려 보는 연습을 끼워 넣으면, 그 간격을 조금씩 줄여 갈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처음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시 읽는 것보다 떠올리려 애쓰는 것이 훨씬 힘들고, 막히는 부분도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힘든 과정이 일주일 뒤의 기억에는 도움이 되었다는 결과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관찰되었습니다.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까지 보내는 동안, 저도 교과서를 몇 번씩 다시 읽어도 시험에서는 기억이 안 난다는 아이의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다시 읽기 대신 책을 덮고 "방금 배운 것 세 가지만 말해 볼까"로 바꾸고 나서부터는, 처음엔 더듬거리던 설명이 점점 또렷해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바뀐 것은 아이의 기억력이 아니라, 공부하는 동안 머리를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오늘 아이가 공부를 마치면, 책을 덮고 "방금 배운 거 한번 말해 볼까?"로 꺼내 보게 해 보세요. 그 짧은 시도 하나가, 다음 시험에서 기억이 더 또렷하게 떠오르는 차이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했는데 왜 기억이 안 날까"로 답답하신 부모님들께, 그것이 노력 부족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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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oediger, H. L., & Karpicke, J. D. (2006). Test-enhanced learning. Psychological Science, 17(3), 249–255. / Dunlosky, J. 외 (2013). Improving students' learning with effective learning techniques.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14(1),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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