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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코칭

발달심리학 한눈에 — 피아제와 에릭슨이 본 "자라는 단계"

by 맘맘톡(가치코치) 2026.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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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설명해 줬는데 아이가 전혀 다른 소리를 할 때, "얘가 왜 이걸 못 알아듣지?" 하고 답답해지신 적 있으신가요? 같은 말을 다섯 살 아이와 열 살 아이에게 해 보면, 받아들이는 모양이 완전히 달라요.

저도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이 답답함을 자주 느꼈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아이가 덜 똑똑해서가 아니라, 제가 아이가 서 있는 계단보다 한두 칸 위에서 말을 걸고 있었던 날이 많았어요. 아이는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틀과 마음의 과제가 차례로 바뀌어 가거든요.

오늘은 그 계단을 처음 그려 낸 두 학자, 생각이 자라는 길을 본 장 피아제(Jean Piaget)와 마음과 관계가 자라는 길을 본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이야기를 발달심리학의 원래 글로 따라가 볼게요.

Q. 몇 번을 설명해도 아이가 못 알아듣는 건 왜일까요

주스를 똑같이 나눠 줬는데, 아이가 "누나 컵이 더 많아!" 하고 울어요. 누나 컵이 조금 더 길쭉할 뿐인데요. 눈앞에서 다시 부어 보여 줘도 아이는 고개를 저어요. 이 장면은 제네바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연구한 피아제가 실험으로 보여 준 모습 그대로예요.

피아제는 1964년 미국 과학교육 학술지에 실린 글 「발달과 학습」에서 아이의 생각이 자라는 길을 네 단계로 정리했어요. 첫 번째는 말이 나오기 전, 대략 생후 18개월까지의 감각운동기예요. 처음 몇 달의 아기에게는 눈앞에서 사라진 물건이 아예 없어진 것이라 찾으려 하지 않아요. 그러다 점차 "안 보여도 어딘가 있다"는 대상 영속의 감각을 만들어 가요.

두 번째는 전조작기예요. 말과 상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소꿉놀이도 하고 이야기도 지어내지만, 피아제의 표현으로는 아직 "보존"이 없어요. 모양이 다른 컵에 물을 옮겨 부으면 아이는 한쪽에 더 많이 들었다고 생각해요. 부은 것을 머릿속에서 거꾸로 되돌려 보는 힘이 아직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주스 때문에 우는 아이는 떼를 쓰는 게 아니라, 정말로 누나 컵이 더 많아 보이는 거예요.

세 번째는 구체적 조작기예요. 이제 아이는 양이 그대로라는 걸 이해하고, 분류하고, 순서대로 늘어놓고, 수를 다룰 수 있어요. 다만 피아제는 이 생각들이 "아직 말로 된 가설이 아니라 눈앞의 물건 위에서" 움직인다고 했어요. 마지막 네 번째 형식적 조작기에 이르면 비로소 "만약 ~라면"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물건 없이도 생각만으로 따져 볼 수 있게 돼요.

그러니 주스 앞에서 우는 아이에게는 말로 설득하기보다 같은 컵 두 개를 꺼내 함께 부어 보게 해 주세요. 열 살 아이에게 분수를 설명할 때도 공식보다 피자 한 판을 먼저 잘라 보는 편이 아이가 서 있는 계단에 맞아요.

피아제가 소개한 일화 하나가 이 점을 잘 보여 줘요. 그의 수학자 친구는 네다섯 살 무렵 마당에 앉아 조약돌을 세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대요. 한 줄로 늘어놓고 앞에서 세어도 열 개, 뒤에서 세어도 열 개, 동그랗게 놓고 세어도 또 열 개였던 거예요. 피아제는 그 아이가 발견한 것이 조약돌의 성질이 아니라 "늘어놓고 세는 자기 행동"의 성질, 곧 순서를 바꿔도 합은 같다는 사실이라고 했어요. 그 친구는 자기 수학 인생이 그날 시작됐다고 말했대요. 손으로 직접 해 본 경험이 생각의 틀을 만든다는 이야기예요.

Q. 또래보다 늦되는 것 같은데, 단계를 앞당겨 줄 수는 없을까요

엄마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게 나이예요. "일곱 살이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피아제 자신은 나이에 대해 조심스러웠어요. 그는 같은 글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이 단계들의 순서는 변하지 않지만, 각 단계가 나타나는 나이는 크게 다르다."

실제로 그가 든 예를 보면 놀라워요. 제네바에서 찾은 나이가 미국에서 그대로 나오지는 않았고, 이란 테헤란의 도시 아이들은 제네바와 비슷했지만 시골 아이들은 같은 단계에 2년쯤 늦게 이르렀대요.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에서는 4년 가까이 늦었고요. 그래도 단계를 건너뛰는 아이는 없었어요. 계단의 순서는 같고, 계단을 오르는 속도가 아이와 환경에 따라 다른 거예요.

피아제는 아이를 다음 단계로 이끄는 힘으로 네 가지를 꼽았어요. 몸과 뇌의 성숙, 물건을 직접 만지고 다뤄 보는 경험, 말과 교육으로 전해지는 것, 그리고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 평형화, 곧 아이 스스로 어긋남을 맞춰 가는 자기조절이에요. "어? 이상하다" 하고 아이가 스스로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이 생각의 틀이 바뀌는 순간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 단계를 앞당기려고 답을 미리 알려 주기보다, 아이가 갸웃할 거리를 집 안에 놓아 주세요. 크기가 다른 그릇으로 물놀이하기, 블록을 쌓았다 무너뜨리기, 장 볼 때 거스름돈 세어 보기 같은 일들이요. 엄마가 대신 맞춰 주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맞춰 볼 시간을 주는 것이 피아제가 말한 가장 큰 힘을 지켜 주는 길이에요.

피아제는 말과 교육으로 전해지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했지만, 거기에 한 줄을 덧붙였어요. 아이가 그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을 때에만 말이나 가르침이 아이에게 가 닿는다는 거예요. 받아들일 틀이 있어야 정보가 들어간다는 뜻이지요. 같은 설명을 열 번 되풀이하는 것보다, 아이가 그 설명을 담을 그릇을 갖출 때까지 경험을 먼저 쌓아 주는 편이 더 빠른 길일 때가 많아요.

Q. 생각만 자라는 게 아니라 마음에도 단계가 있나요

피아제가 생각의 계단을 그렸다면, 에릭슨은 마음과 관계의 계단을 그렸어요. 그는 1950년 『유년기와 사회』에서 사람의 일생을 여러 단계로 나눈 도표를 내놓았고, 1968년 『정체성: 청년과 위기』에서 그 도표를 다시 풀어 설명했어요. 그 설명에 따르면 삶에서 가장 먼저 자라는 마음의 힘은 기본적 신뢰, 두 번째는 스스로 해 보려는 의지, 세 번째는 먼저 나서서 시도하는 주도성이에요.

에릭슨은 각 단계의 힘이 저마다 "위기"를 만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가 말한 위기는 파국이 아니라 "전환점, 상처받기 쉬워지는 동시에 가능성이 커지는 결정적인 시기"였어요. 아이가 갑자기 고집이 세지거나, 겁이 많아지거나, 예민해지는 시기가 바로 그런 때예요. 흔들림이 큰 만큼 자랄 여지도 크다는 뜻이지요.

에릭슨이 주도성의 시기를 설명한 대목은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라면 웃음이 날 거예요. 이 무렵 아이는 말이 늘어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끝없이 묻고, 딱 오해할 만큼만 듣는다고 했어요. 또 말과 걸음이 상상력을 넓혀 주어서, 아이는 자기가 지어낸 상상에 스스로 겁을 먹기도 한대요. 그래도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며 아이는 "현실적인 꿈과 목적의 바탕이 되는 주도성"을 얻어야 한다고 에릭슨은 적었어요. 끝없는 "왜?"와 한밤의 무서운 상상이 모두 자라는 길 위에 있다는 거예요.

제가 에릭슨의 글에서 가장 위로받은 대목은 따로 있어요. 그는 영아기에 생기는 힘을 신뢰만 있고 불신은 없는 상태로 설명하지 않았어요. "신뢰가 불신보다 넉넉한 비율"이라고 적었어요. 아이가 한 번도 실망하지 않게 키우라는 게 아니라, 실망보다 믿음이 더 많이 쌓이게 해 주면 된다는 거예요. 엄마가 늦게 달려간 날이 있어도, 다시 달려간 날이 더 많으면 아이 안의 신뢰는 자라요.

Q. 두 이론을 집에서는 어떻게 함께 쓸 수 있을까요

두 학자의 계단을 겹쳐 보면 아이가 더 입체적으로 보여요. 예를 들어 초등학생 시기는 피아제로 보면 눈앞의 물건으로 논리를 세우는 구체적 조작기이고, 에릭슨은 이 시기를 다룬 장에 "학령기와 과제 동일시"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며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쌓는 때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 시기 아이에게는 설명을 더 듣는 것보다 요리, 정리, 작은 만들기처럼 끝맺음이 있는 일을 맡겨 보는 것이 두 이론 모두에 맞아요.

형제를 키우신다면 한 가지를 꼭 기억해 주세요. 같은 집에 살아도 두 아이는 서로 다른 계단에 서 있어요. "형은 이맘때 안 그랬는데"라는 말은 다른 계단을 같은 자로 재는 말이라 처음부터 맞지 않아요. 각자가 서 있는 칸에서 바로 위 한 칸만 바라봐 주시면 충분해요.

Q. 말씀은 '자라는 단계'에 대해 무엇을 말할까요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 (누가복음 2:52)

누가복음은 어린 예수님에 대해서도 "자라가며"라고 기록해요. 지혜와 키가 한 번에 다 갖춰진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자라 갔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그 자람은 지혜와 키,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까지 함께 이루어졌어요. 피아제가 본 생각의 계단과 에릭슨이 본 마음과 관계의 계단을 떠올리면, 자람을 이렇게 여러 겹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오래전부터 말씀 안에 있었다는 것이 새삼 다가와요. 그러니 아이가 지금 서 있는 칸을 존중하며 기다려 주는 것은 게으른 양육이 아니라, 자라게 하시는 분의 때를 믿는 양육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의 발달 단계를 시기별로 차분히 짚어 보고 싶으실 때 곁에 두고 찾아보기 좋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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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맘톡

개념 뜻 부모가 할 일
피아제 4단계 감각운동기 → 전조작기 → 구체적 조작기 → 형식적 조작기, 순서는 같고 나이는 아이마다 다름 아이가 서 있는 칸에 맞춰 말 대신 물건으로 보여 주기
보존과 평형화 모양이 바뀌어도 양이 같음을 아는 힘, 아이 스스로 어긋남을 맞춰 가며 자람 답을 먼저 주지 말고 "어? 이상하다" 할 거리를 놓아 주기
에릭슨의 위기 파국이 아니라 흔들림과 가능성이 함께 커지는 전환점 실망보다 믿음이 더 많이 쌓이게, 다시 달려가 주기
공통 해법 계단을 건너뛰게 하지 말고, 지금 칸을 충분히 밟게 하기

피아제와 에릭슨을 다시 읽으며 저는 제 조급함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아이에게 일찍 가르치는 것이 잘 가르치는 거라고 믿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단계를 건너뛰는 아이는 없다는 피아제의 말, 위기는 자랄 자리라는 에릭슨의 말을 붙들고 나니, 지금 칸을 충분히 밟게 해 주는 일이 훨씬 귀하게 보였어요.

그리고 이 계단은 아이에게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엄마인 저도 하루아침에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고, 지금도 한 칸씩 오르는 중이에요. 사람은 단번에 완성되도록 지어지지 않았고, 날마다 조금씩 새로워지며 자라 가도록 지어졌다고 믿어요. 그렇게 믿으면 아이의 더딘 걸음도, 제 서툰 걸음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보게 돼요.

당부드리고 싶은 건, 아이의 어떤 모습이 유난히 어려 보이는 날 "왜 이것밖에 못 해"보다 "지금 이 칸을 지나는 중이구나"를 먼저 떠올려 주셨으면 하는 거예요. 그 한 번의 바꿔 생각하기가 아이를 대하는 목소리를 바꿔 줘요. 목소리가 부드러워지면 아이는 틀려도 괜찮다고 느끼고, 틀려도 괜찮은 아이가 더 많이 갸웃하고 더 많이 시도해요. 피아제와 에릭슨이 말한 자람은 그렇게 안전한 자리에서 일어나더라고요.

조급함을 내려놓는 일은 지금도 저에게 쉽지 않아요. 그래도 아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한 칸씩 올라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제 계획보다 크신 하나님의 도우심 덕분이었다고 고백하며 감사드려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도서 3:11). 우리는 아이의 자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다볼 수 없어요. 하지만 모든 것을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시는 분이 계시기에, 오늘 더뎌 보이는 그 칸도 아이에게는 아름다워질 때를 향해 가는 길이라는 소망을 품을 수 있어요.

이번 주 실천 목표: 이번 주에 아이가 무언가를 못 알아들을 때, 말로 한 번 더 설명하기 전에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보여 주는 방법을 딱 한 번 찾아보세요. 컵 두 개, 블록 몇 개, 사과 한 알이면 충분해요.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아!" 하는 순간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오늘도 아이의 자라는 속도에 마음 졸이신 엄마들, 계단은 아이마다 다른 속도로 오르지만 결국 한 칸씩 위로 이어져 있어요. 지금 서 있는 그 칸도 아이에게 꼭 필요한 자리예요.

참고: Jean Piaget, 「Development and Learning」, Journal of Research in Science Teaching 2권 3호(1964), 같은 학술지 40권 별책(2003) 재수록본(https://people.wou.edu/~girodm/611/Piaget.pdf) · Erik H. Erikson, 『Childhood and Society』(W. W. Norton, 1950) · Erik H. Erikson, 『Identity: Youth and Crisis』(W. W. Norton, 1968) III장 "The Life Cycle: Epigenesis of Identity", 전문(https://archive.org/details/300656427ErikHEriksonIdentityYouthAndCrisis1WWNortonCompany1968) (2026년 11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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