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도, 왜 어떤 아이는 금방 털고 일어나고 어떤 아이는 한참을 힘들어할까요?
둘 다 똑같이 소중한 아이들인데, 이 회복하는 속도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오늘은 넘어진 뒤 다시 일어나는 힘, 즉 회복탄력성이 무엇이고 어디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타고난 성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짚어 보려 합니다.

Q. 회복탄력성이 정확히 뭔가요
회복탄력성은 위기나 어려움에 정신적·정서적으로 대처하거나, 그 이전 상태로 비교적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중요한 건 이것이 타고난 고정된 성격 하나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회복탄력성을 시간에 따라 발달시킬 수 있는 과정으로 보기도 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성향으로 보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공통적으로 "불변의 재능"이 아니라 환경과 경험의 영향을 받는 능력으로 다뤄집니다. 즉 지금 회복이 더 느린 아이라도, 그 속도가 영원히 고정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발달심리학자 앤 마스텐(Ann Masten)은 2001년 학술지 『미국 심리학자(American Psychologist)』에 실은 글의 제목을 "평범한 마법(Ordinary Magic)"이라고 붙였습니다. 역경 속 아이들을 다룬 여러 연구를 모아 보니 가장 놀라운 결론은 회복탄력성이 "평범하다"는 것이었다는 뜻입니다. 마스텐은 회복탄력성이 드문 사람만 가진 특별한 힘이 아니라 대개 사람이 원래 갖고 있는 적응 체계가 평소처럼 제 기능을 할 때 나온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발달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바로 이 평범한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부모에게는 이 말이 오히려 희망적으로 들립니다.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매일의 관계와 일상을 지키는 일이 곧 회복탄력성의 바탕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Q. 이 개념을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회복탄력성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례 중 하나가 심리학자 에미 워너(Emmy Werner)의 하와이 카우아이(Kauai) 섬 종단연구입니다. 워너는 1955년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아이 698명 전원을, 태어날 무렵부터 1살, 2살, 10살, 18살, 32살이 될 때까지 차례로 만나며 추적했습니다. 연구는 이후로도 이어져 40년에 걸친 연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는 출생 무렵의 어려움, 만성적인 가난, 늘 다툼이 잦은 가정, 부모의 정신 질환 같은 위험을 함께 안고 자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떤 어른이 되는지를 오랜 시간 지켜본 것입니다.
그 결과, 이런 위험을 안고 자란 아이들 가운데 약 3분의 1은 남을 돌볼 줄 알고 유능하며 자신감 있는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워너가 1993년에 32세까지의 결과를 정리한 논문에서는, 여러 묶음의 보호 요인과 과정 덕분에 이 위험군 아이들 대부분이 결국 유능하고 남을 돌볼 줄 아는 어른이 됐다고 적었습니다. 청소년기에 힘들었던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워너는 그 차이를 개인의 성격, 가족, 지역사회라는 세 가지 수준의 보호 요인으로 설명했고, 1970~80년대에 이 연구로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널리 알렸습니다.

Q. 그 1/3의 아이들은 뭐가 달랐던 건가요
워너가 주목한 것은 "특별히 강한 아이"라는 식의 설명이 아니라, 그 아이를 둘러싼 보호 요인이었습니다. 개인 성격 수준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풀어 보려는 태도, 가족 수준에서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 지역사회 수준에서는 그 아이를 지지해 주는 어른이나 공동체의 존재가 거론됩니다. 어려운 환경 자체를 없앨 수는 없어도, 이런 보호 요인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환경의 영향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다만 각 보호 요인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어떤 비중으로 작용하는지까지 세분화된 수치는 이번에 확인한 자료 범위에는 나와 있지 않아, 이 글에서는 "개인·가족·지역사회"라는 세 수준으로만 설명합니다. 세 수준 중 어느 하나만 완벽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 수준에서라도 든든한 보호 요인이 있으면, 다른 수준이 조금 부족해도 그 영향을 함께 완충해 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카우아이 연구에서 눈에 띄는 보호 요인 가운데 하나는 부모가 아닌 어른과의 끈끈한 유대였습니다. 이모나 고모, 아이를 돌봐 주던 분, 학교 선생님 같은 사람입니다. 교회나 지역 청소년 모임 같은 공동체 활동에 참여한 것도 보호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집 안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집 밖에서 아이를 꾸준히 지켜봐 주는 어른 한 명이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Q. 그럼 부모가 그 보호 요인이 되어 줄 수 있나요
워너의 연구가 가족 수준의 보호 요인으로 꼽은 것이 "적어도 한 명의 안정적인 관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부모가 그 한 명이 되어 주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역할입니다. 다만 이것이 "부모만 잘하면 다 해결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인의 성향, 가족, 지역사회라는 세 수준이 함께 작용하는 것이므로, 부모의 역할은 그중 하나의 중요한 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부모가 유일한 해답이라는 부담을 느끼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수준에서 이 아이의 보호 요인이 되어 주자"로 생각하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가 참여하는 국가과학위원회는 2015년 보고서에서 수십 년의 연구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어려움의 원인이 가난이든, 부모의 중독이나 정신 질환이든, 반복되는 폭력이나 방임이든 결국 잘 자란 아이들에게서 가장 공통되게 발견된 것은, 지지해 주는 부모나 양육자 또는 다른 어른과의 안정적이고 헌신적인 관계가 적어도 하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관계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맞춘 반응,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게 받쳐 주는 도움, 그리고 보호를 제공합니다. 동시에 계획하고, 자기 행동을 살피고 조절하고, 바뀐 상황에 적응하는 힘을 길러 줍니다.
이 보고서는 회복탄력성을 시소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한쪽에는 어려움이, 다른 쪽에는 보호해 주는 경험과 적응하는 기술이 올라가 있고, 무거운 어려움이 쌓여 있어도 아이의 발달이 좋은 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회복탄력성이 드러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이마다 타고난 받침점의 위치는 다르지만, 그 받침점도 고정돼 있지 않고 쌓여 가는 경험에 따라 옮겨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보고서가 꼽은 균형추는 네 가지입니다. 적어도 한 명의 안정적이고 따뜻한 어른과의 관계, 스스로 상황을 헤쳐 갈 수 있다는 감각, 자기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힘, 그리고 믿음이나 문화적 전통이 주는 든든한 울타리입니다. 보고서는 회복탄력성의 바탕이 되는 능력은 어느 나이에서든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Q. 부모가 지금 해 줄 수 있는 건 뭘까요
가장 먼저 해 볼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작은 실패를 겪을 때 바로 해결해 주지 않고 스스로 다시 시도해 볼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넘어지는 경험 자체를 없애려 하기보다, 넘어진 뒤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쌓을 수 있게 지켜봐 주는 쪽입니다. 완전히 혼자 두는 것과는 다릅니다. 아이가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는 곁에 있어 주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만큼은 먼저 기다려 주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받아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로 서둘러 덮기보다, "그거 속상했겠다"로 먼저 그 마음을 인정해 주면, 아이는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고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안전한 기반을 느끼게 됩니다. 감정을 인정받은 경험이 쌓이면, 다음번 어려움에서도 그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루는 법을 배워 갑니다.
그리고 가족 밖의 관계도 소중히 여겨 주시면 좋습니다. 친척, 이웃, 신뢰할 수 있는 다른 어른과의 관계도 보호 요인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부모 한 사람에게 모든 역할을 몰아주지 않고 아이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여러 명 있도록 관계를 넓혀 주는 것도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한 방법이 됩니다.
일상에서 작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블록을 쌓다가 무너뜨렸을 때 바로 다시 쌓아 주지 않고, "다시 한번 해 볼까?"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회복의 경험을 쌓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순간들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다시 시도해 보도록 기다려 주는 태도가 쌓이면, 그것이 곧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일상의 훈련이 됩니다.
맘맘톡
| 개념 | 뜻 | 부모가 할 일 |
|---|---|---|
| 회복탄력성 | 어려움에서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는,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 | 작은 실패에서 스스로 다시 시도할 기회를 주기 |
| 보호 요인 | 개인·가족·지역사회 수준에서 어려움의 영향을 완충하는 요소 | 안정적인 관계 한 명 + 믿을 수 있는 어른의 폭을 넓혀 주기 |
| 공통 해법 |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해 주는 것부터 시작하기 | |
그러니 넘어져도 빨리 다시 일어나는 아이와 오래 힘들어하는 아이의 차이를 타고난 강함의 문제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 아이를 둘러싼 보호 요인의 차이일 수 있거든요. 지금 회복이 느린 아이라도, 안정적인 관계와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 그 속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특별히 강한 아이만 갖는 재능이 아니라, 누구나 환경과 관계를 통해 키워 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원래 그런 아이"라는 섣부른 판단 전에, 지금 이 아이 곁에 어떤 보호 요인이 있는지 한 번 돌아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까지 보내는 동안, 저도 아이가 쉽게 좌절하는 날이면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로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바로 해결해 주지 않고 옆에서 기다려 주는 연습을 하면서부터, 아이가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순간을 더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바뀐 것은 아이의 강함이 아니라, 제가 곁에서 기다려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먼저 인정해 주기 시작한 뒤로는, 같은 어려움을 겪어도 그 감정을 숨기지 않고 꺼내 놓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아이가 작은 일에 넘어졌을 때 바로 해결해 주는 대신 "다시 한번 해 볼까?"라고 한 번 물어봐 주시면 어떨까요? 그 질문 하나와, 지금 이 아이 곁에 있는 믿을 수 있는 관계 하나가 쌓일수록, 아이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스스로 배워 갈 거예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부모에게도 다음 걸음을 위한 가장 확실한 동기가 되어 줍니다.
참고: Werner, 「Risk, resilience, and recovery: Perspectives from the Kauai Longitudinal Study」, Development and Psychopathology 5권 4호(1993, cambridge.org) · Wikipedia 「Emmy Werner」 · Wikipedia 「Psychological resilience」 · Masten, 「Ordinary magic: Resilience processes in development」(American Psychologist 2001, 재수록본 기록 experts.umn.edu) · National Scientific Council on the Developing Child, 「Supportive Relationships and Active Skill-Building Strengthen the Foundations of Resilience」 Working Paper 13(2015, developingchild.harvard.edu) (2026년 10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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