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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코칭

그림과 함께 설명하면 왜 더 오래 기억할까요, 이중부호화 때문일 수 있어요

by 맘맘톡(가치코치) 2026.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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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을 말로만 설명했을 때와, 간단한 그림을 함께 보여 주며 설명했을 때 — 아이는 어느 쪽을 더 오래 기억할까요?

대부분 "그림이 있으면 더 잘 외운다"는 느낌은 있으신데, 그게 정확히 왜 그런지는 설명하기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심리학에서 오래전부터 연구된 개념으로 짚어 보려 합니다.

Q. 왜 그림과 함께 설명하면 더 오래 남을까요

심리학자 앨런 페이비오(Allan Paivio)는 1960년대 후반, 사람의 머리가 정보를 저장할 때 언어 경로와 시각 경로, 두 가지 통로를 따로 쓴다는 생각을 제안했습니다. 이것을 이중부호화이론이라고 부릅니다. 말로만 설명하면 언어 경로 하나만 쓰이지만, 그림을 함께 보여 주면 언어 경로와 시각 경로가 동시에 쓰입니다. 두 경로에 나눠 저장된 정보는, 하나만 쓰였을 때보다 나중에 다시 꺼내기가 더 쉬워진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입니다.

페이비오의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그림 여러 장과 단어 여러 개를 각각 빠르게 보여 준 뒤 기억나는 것을 말해 보게 했습니다. 그 결과 그림을 본 쪽이 단어를 본 쪽보다 더 많이 기억해 냈습니다. 반대로 순서를 정확히 기억하는 데는 단어 쪽이 더 나았는데, 이는 그림과 단어가 머릿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였습니다.

이 이론이 처음 나온 출발점도 흥미롭습니다. 페이비오는 대학원생 시절, 단어를 짝지어 외우는 실험에서 "사과"나 "자동차"처럼 눈앞에 그려지는 구체적인 낱말이 "정의"나 "용기" 같은 추상적인 낱말보다 기억을 더 잘 불러낸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낱말은 머릿속 그림을 쉽게 떠올리게 해서, 기억을 걸어 두는 "개념의 말뚝"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관찰이 1969년 학술지 논문과 1971년 책 『심상과 언어 과정(Imagery and Verbal Processes)』으로 이어지며 이중부호화이론이 정리됐습니다. 이 이론에서 말하는 두 체계는 따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추상적인 개념을 어려워할 때는, 그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구체적인 장면 하나를 먼저 붙여 주면 말뚝이 하나 생기는 셈입니다.

일상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길을 말로만 설명하면 "왼쪽으로 돌고, 두 번째 골목에서 다시 오른쪽으로"처럼 복잡해지기 쉽지만, 간단한 약도 하나를 같이 그려 주면 훨씬 수월하게 전달됩니다. 아이에게 공부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긴 문장으로 풀어낸 설명은 그 순간엔 이해한 것 같아도 금방 흐려지는데, 그 옆에 간단한 그림 한 장이 있으면 나중에 그 그림만 떠올려도 설명 전체가 따라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그럼 그림만 있으면 다 잘 기억되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중부호화이론의 핵심은 "그림이 단어보다 우월하다"가 아니라, 두 가지를 같이 쓰면 하나만 쓸 때보다 유리하다는 쪽입니다. 그림만 보여 주고 아무 설명도 안 하면, 그 그림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이 혼자 짐작해야 합니다. 말로 설명하는 언어 경로와, 그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 경로가 같은 내용을 가리키며 함께 작동할 때 가장 효과가 큽니다.

그림의 종류도 중요합니다. 설명 내용과 상관없이 그냥 예쁘거나 재미있어서 넣은 그림은, 오히려 아이의 주의를 설명 내용에서 다른 곳으로 뺏어 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지금 설명하는 그 내용을 직접 가리키는 간단한 그림이나 화살표 하나가 더 도움이 됩니다.

Q. 아이가 그림을 못 그리면 소용없나요

잘 그리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삐뚤빼뚤한 동그라미나 선 몇 개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림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 내용을 시각적인 형태로 한 번 더 떠올려 보는 과정입니다. 동그라미와 화살표만으로 이어진 간단한 도식이라도, 아이가 그걸 직접 그려 보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언어 경로와 시각 경로가 함께 움직입니다. 오히려 부모가 완성된 그림을 쥐여 주기보다, 아이에게 "이걸 그림으로 한번 그려 볼래?"라고 물어보는 쪽이 더 적극적인 이중부호화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직접 확인한 연구도 있습니다. 2016년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의 제프리 워미스(Jeffrey Wammes), 멜리사 미드(Melissa Meade), 마이라 페르난데스(Myra Fernandes)는 "사과"처럼 쉬운 낱말 목록을 보여 주고, 한 번은 40초 동안 그 낱말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고, 한 번은 같은 시간 동안 낱말을 여러 번 받아 적게 했습니다. 잠시 다른 과제를 한 뒤 60초 동안 떠오르는 낱말을 말하게 했더니, 그린 낱말을 받아 적은 낱말보다 두 배 넘게 기억해 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진은 일곱 번의 실험에서 그림 그리기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사진 보기, 낱말의 특징 적기와도 견주었는데 그리기가 늘 가장 나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림 솜씨는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였고, 그리는 시간을 4초로 줄여도 효과가 남았습니다. 다만 이 실험은 대학생과 쉬운 낱말로 한 것이라, 긴 단원 전체에 똑같이 적용된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진은 그리기가 낱말의 뜻, 모양, 손의 움직임을 한데 묶어 기억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결과가 실험 조건을 조금 바꾸면 사라지는 우연은 아니었는지도 연구진이 따져 보았습니다. 여섯 번째 실험에서는 그리는 시간을 줄이고 외울 낱말 목록을 더 길게 만들었는데, 그래도 그리기의 이점이 남았습니다. 일곱 번째 실험에서는 한 사람이 그리기와 받아 적기를 섞어서 하지 않고, 그리기만 하는 사람과 받아 적기만 하는 사람으로 아예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해도 그리기 쪽 기억이 더 좋았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그린 낱말이 받아 적은 낱말 사이에서 눈에 띄어서 기억에 남는다"는 설명으로는 맞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즉 그리기 자체가 기억을 돕는 방식이라는 뜻이고, 연구진은 그리기가 받아 적기보다 기억을 높인다는 결론이 여러 상황과 지시, 다른 기억 전략과 견주어도 유지됐다고 정리했습니다.

Q. 부모가 지금 해 줄 수 있는 건 뭘까요

가장 먼저 해 볼 수 있는 것은, 말로만 길게 설명하던 자리에 짧은 그림이나 화살표를 하나 더해 보는 것입니다. 역사적 사건의 순서라면 화살표로 이어진 네모 몇 개, 물의 순환이라면 동그란 화살표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완벽한 그림이 아니라, 그 내용을 가리키는 단순한 표시면 됩니다.

아이에게 직접 그려 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설명을 다 들은 뒤 "이걸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해 줄래?"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들은 내용을 다시 꺼내 시각적인 형태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언어 경로와 시각 경로를 함께 쓰는 아주 좋은 연습이 됩니다. 그림을 다 그린 뒤에는 "이 부분은 왜 이렇게 그렸어?"라고 한 번 더 물어보시면, 아이가 그림과 설명을 서로 연결 지어 말로 다시 꺼내는 기회가 한 번 더 생깁니다.

교과서나 문제집에 이미 그림이 있다면, 그 그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 그림이 지금 설명이랑 어떻게 연결돼?"라고 한 번 물어봐 주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림과 글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된 것으로 느껴질 때, 두 경로가 제대로 함께 작동합니다.

Q. 모든 과목에 똑같이 도움이 되나요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사건의 순서, 사물의 구조, 과정의 흐름처럼 "모양"이 있는 내용일수록 그림으로 바꿔 보는 효과가 크게 느껴집니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순서, 물이 증발하고 비가 되어 내리는 과정, 나라와 나라 사이의 위치 관계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내용은 화살표나 동그라미 몇 개로도 머릿속 그림이 금방 그려집니다.

반면 단순히 외워야 하는 단어의 뜻이나, 애초에 특별한 구조가 없는 정보는 그림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억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그림을 무리하게 끼워 넣기보다, 그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짧은 장면이나 이야기를 붙이는 쪽이 오히려 더 잘 맞습니다. 모든 내용에 똑같은 방법을 적용하려 하지 않고, 그 내용에 "모양"이 있는지부터 먼저 살펴보시는 것이 순서에 맞습니다. 그림이 안 맞는 자리에 억지로 그림을 끼워 넣느라 시간을 쓰는 것보다, 어느 자리에 그림이 어울리는지를 먼저 가려내는 쪽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맘맘톡

개념 뜻 부모가 할 일
이중부호화 말(언어 경로)과 그림(시각 경로)을 함께 쓰면 두 경로에 나눠 기억되는 것 설명할 때 간단한 화살표나 도식을 함께 그려 주기
내용-관련 그림 장식용 그림이 아니라 설명 내용을 직접 가리키는 그림이어야 효과가 남 예쁜 그림보다 단순하고 내용과 맞는 그림을 고르기
공통 해법 아이에게 직접 그려서 설명해 보게 하는 연습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까지 보내는 동안, 저도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모습에 답답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설명 옆에 작은 화살표 하나, 동그라미 하나를 같이 그려 넣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가 "아, 그거 그 그림!" 하고 먼저 떠올리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됐습니다. 바뀐 것은 아이의 기억력이 아니라, 제가 설명에 더해 준 또 하나의 통로였습니다. 그 통로 하나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아이에게 직접 그려서 설명해 보라고 하기 시작한 뒤로는, 들은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넘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완벽한 그림이 아니어도, 그 그림을 그리는 짧은 시간 자체가 내용을 한 번 더 붙잡는 시간이 되어 주었습니다.

오늘부터, 다음에 아이에게 뭔가 설명할 때 짧은 그림이나 화살표 하나를 같이 그려 보시면 어떨까요? 그 작은 그림 한 번이 쌓일수록, 아이 머릿속에는 말로만 들었을 때보다 하나 더 많은 통로로 그 내용이 자리를 잡아 갈 거예요. 그리고 그 통로가 늘어나는 걸 직접 지켜보는 경험이, 다음 설명에도 그림을 꺼내게 만드는 가장 자연스러운 동기가 되어 줍니다.

참고: Psynopsis(캐나다심리학회지) 2017년 겨울호 Allan Paivio 추모문(psychology.uwo.ca) · Wikipedia 「Dual-coding theory」 · 워털루대학교 보도 「Need to remember something? Better draw it, study finds」(2016-04-20, uwaterloo.ca) · Wammes, Meade & Fernandes, 「The Drawing Effect」,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69권(uwspace.uwaterloo.ca) (2026년 10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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