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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코칭

해야 할 공부를 자꾸 미루다가 막판에 몰아서 하는 아이, 의지가 약한 게 아닙니다

by 맘맘톡(가치코치) 2026.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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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이는 늘 "이따가 할게"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다 결국 잠들기 직전이나 등교 직전이 돼서야 허둥지둥 책을 펼쳐 벼락치기로 끝내 버립니다.

오늘은 아이가 왜 꼭 마지막 순간에야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앞에서 부모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짚어 보려 합니다. 다그치는 방법이 아니라, 왜 미리 시작하지 못하는지를 먼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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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미리 하라고 해도 꼭 마지막에야 움직일까요

해야 할 일인 걸 알면서도 그 일을 시작하는 순간 자체를 자꾸 뒤로 미루는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지연행동이라고 부릅니다. 지연행동의 핵심은 게으름이 아니라, 그 일을 시작할 때 따라오는 막막함이나 지루함 같은 불쾌한 감정을 먼저 피하려는 데 있습니다.

아이가 숙제 앞에서 "귀찮다", "어렵다"는 느낌을 먼저 떠올리면, 그 느낌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해야 한다"는 판단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그래서 "해야 하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그 느낌을 지금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미루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어른도 다르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지금 해야 효율적인 걸 알면서도,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다른 일부터 손이 가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셨을 겁니다. 아이에게만 유난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시작의 불편함 앞에서 사람이면 흔히 보이는 반응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미룰 때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니"라고 보기보다, "지금 시작하는 게 유난히 막막하게 느껴지는구나"로 먼저 읽어 주시는 편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평소 어렵게 느꼈던 과목이거나, 분량이 유난히 많아 보이는 날일수록 이 막막함은 더 커집니다. "이걸 언제 다 하나" 하는 느낌이 먼저 앞서면, 아이는 그 느낌을 잠깐 밀어내려고 다른 쉬운 일부터 손을 댑니다. 그 쉬운 일이 바로 지금 미루고 있는 숙제의 자리를 대신 차지해 버리는 셈입니다.

Q. 그런데 왜 마감이 다가오면 갑자기 움직일까요

사람은 먼 미래에 받을 보상이나 손해보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즐거움을 훨씬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현재편향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시간적 할인이라고도 하는데, 같은 보상이라도 멀리 있을수록 심리적으로 더 작게 쪼그라들어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숙제 마감이 며칠 남아 있을 때는 그 마감이 아직 멀게 느껴져서, 지금 당장의 즐거움 쪽이 심리적으로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반대로 마감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면, 그동안 작게 느껴졌던 부담이 갑자기 "지금"의 일로 커지면서 그제야 눈앞의 즐거움보다 그 부담을 피하는 쪽이 더 커집니다. 그 순간부터 아이는 움직입니다.

그래서 "미리 좀 해 놔"라는 말이 잘 안 통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며칠 뒤의 마감이 아직 충분히 작게 느껴지는 중이고, 그 느낌이 바뀌려면 결국 시간이 흘러 마감이 가까워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의지를 더 다그친다고 그 거리감이 당겨지지는 않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막판에 몰아서 할 때 아이가 보여 주는 집중력이 평소보다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마감이 "지금"으로 들어온 순간, 그 부담을 피하려는 마음이 다른 어떤 즐거움보다 커지면서 온 힘을 거기에 쏟게 됩니다. 아이가 평소에 그 집중력을 못 내는 게 아니라, 그 집중력을 끌어낼 만큼 가깝게 느껴지는 일이 그동안 없었을 뿐입니다.

Q. 그럼 부모가 지금 해 줄 수 있는 건 뭘까요

가장 먼저 할 일은 먼 마감을 여러 개의 가까운 지점으로 쪼개 주는 것입니다. 일주일 뒤 마감 하나만 걸어 두면 그 하루 전까지는 계속 멀게 느껴지지만, "오늘은 첫 장만", "내일은 둘째 장까지"처럼 중간 지점을 만들어 주면 매일이 "가까운 오늘"이 되어 현재편향이 오히려 아이에게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그다음은 시작 자체를 아주 작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지연행동의 핵심이 시작의 막막함이라면, "책 펴고 제목만 읽기"처럼 부담이 거의 없는 첫 동작을 정해 주면 그 막막함이 크게 줄어듭니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계속하기는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그치기보다 시작의 첫 몇 분만 곁에 있어 주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혼자 그 막막한 첫 순간을 넘기기 힘들어할 때, 부모가 옆에서 "자, 일단 펴 보자"라고 함께 첫 장을 넘겨 주는 것만으로도 시작의 장벽이 낮아집니다. 시작만 넘기면 그다음은 아이 스스로 이어 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몰아서 한 벼락치기가 결과적으로 괜찮았던 경험이 쌓이면 "미뤄도 결국 되는구나"라는 학습이 오히려 강해질 수 있습니다. 결과를 혼내는 방식이 아니라, "이번엔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처럼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짚어 주는 것이 다음번에 조금 더 일찍 시작해 보려는 마음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작은 보상을 중간 지점마다 배치해 두는 것도 함께 써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마감 당일의 큰 안도감만 기다리게 하기보다, "오늘 분량 끝내면 좋아하는 간식"처럼 가까운 지점에 작은 보상을 걸어 두면 그 가까운 보상이 먼 마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현재편향을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 그 성향을 거꾸로 이용해 가까운 것을 더 끌리게 만들어 주는 방식입니다.

맘맘톡

개념뜻

지연행동 막막함·지루함 같은 불쾌한 감정을 피하려 시작을 미루는 행동
현재편향 먼 미래의 보상·부담보다 지금 눈앞의 즐거움을 크게 느끼는 경향
공통 해법 마감 직전의 다급함이 아니라 시작의 막막함을 줄여 주는 쪽으로 돕기

정리하면, 아이가 공부를 자꾸 미루다가 막판에 몰아서 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시작의 불편함을 피하려는 지연행동과, 먼 마감을 작게 느끼게 하는 현재편향이 겹쳐서 생기는 일입니다. 먼 마감을 가까운 지점으로 쪼개 주고, 시작 자체를 작게 만들어 주면 그 패턴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당부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또 미루는 모습을 보셔도 "역시 또 저런다"라고 미리 단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지막에 몰아서라도 결국 해냈다면, 그 안에서도 아이는 나름의 방식으로 그 일을 끝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 모습을 전부 문제로만 보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매번 막판에 몰아서 해내는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 패턴 자체가 아이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쌓이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결과가 괜찮았다고 해서 그 과정이 편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끔은 "이번엔 좀 급하게 했는데 힘들지 않았어?"처럼 아이의 마음을 물어봐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까지 보내는 동안, 저도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 날에야 책을 펴는 아이를 자주 봤습니다. 처음엔 다그치는 말이 먼저 나갔는데, "오늘은 딱 한 장만 펴 보자"로 말을 바꾸고부터 아이가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졌습니다. 바뀐 것은 아이의 의지가 아니라, 시작을 작게 만들어 준 그 한 걸음이었습니다. 그날도 책상 위에는 손도 안 댄 문제집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는데, 저는 혼내는 말 대신 그 옆에 앉아 첫 줄만 같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아이는 처음엔 머뭇거리다가 한 줄을 넘기고 나서는 스스로 다음 줄로 넘어갔습니다. 그 작은 장면이 며칠 반복되면서, 미루는 시간도 눈에 보이게 조금씩 짧아졌습니다.

오늘 아이가 또 미루고 있다면, 혼내는 말을 꺼내기 전에 가장 작은 첫 동작 하나만 정해서 같이 넘겨 보세요. 그 한 걸음이, 멀게만 느껴지던 마감을 아이 손에 조금 더 가깝게 당겨 줍니다.

오늘도 "이따가 할게"라는 말 앞에서 속이 타는 부모님들께, 그 미룸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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