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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코칭

편식하는 아이, 야채 안 먹는다고 혼내기 전에 볼 것

by 맘맘톡(가치코치) 2026.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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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탁에 브로콜리를 올렸습니다. 아이가 포크로 콕 찔러 보더니 접시 한쪽으로 밀어 버립니다. "이거 안 먹어." 이번 주 세 번째 올리는 건데 세 번 다 같은 자리로 밀려갑니다. 한 숟갈만 먹어 보라고 하니 입을 꾹 다뭅니다.

오늘은 아이가 특정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할 때 부모가 그 식탁 앞에서 어떻게 지나갈지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야채를 먹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그 몇 분을 싸움으로 만들지 않는 방법을 함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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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먹어 보라고 할수록 더 안 먹을까요

한 숟갈만 먹어 보라고 조르면 조를수록 아이가 더 단단히 거부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분명 먹으면 괜찮다는 걸 알 텐데도 그렇습니다.

여기에 압박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먹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역입니다. 입을 벌릴지 말지는 어른이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부모가 강하게 누르면, 아이에게는 그 선택권마저 빼앗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면 음식의 맛보다 "내가 정할 거야"라는 쪽이 더 커져 버립니다.

그래서 세게 누를수록 거부가 커지는 것은 그 음식이 특별히 싫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이 누가 정하는가의 싸움으로 바뀌었기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브로콜리를 어제는 조용히 먹었는데 오늘은 손도 안 대는 날이 있다는 것입니다. 음식이 바뀐 것도 아닌데 아이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그날 기분이나 배고픈 정도, 심지어 그 반찬을 누가 먼저 권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그러니 어제 먹었던 것을 오늘 안 먹는다고 해서 그 음식을 영영 안 먹을 거라고 단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오늘 어머님이 싸 주신 반찬 잘 먹었어요"라는 말을 듣고 놀라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집에서는 절대 안 먹던 그 반찬을 거기서는 먹었다는 겁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는 "안 먹어도 괜찮다"는 선택권을 아무도 세게 쥐고 있지 않으니, 아이도 힘을 뺄 자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서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집에서도 그 힘을 조금 풀어 줄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Q. 그럼 그냥 안 먹게 둬야 하나요

완전히 손을 놓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다만 역할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부모가 할 일은 어떤 음식을 상에 올릴지 정하는 것까지입니다. 그 음식을 먹을지, 얼마나 먹을지는 아이에게 맡겨 둡니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 아이에게도 자율성이 생깁니다. 먹을지 안 먹을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음식을 거부하는 것으로 자기 뜻을 보이려는 마음이 줄어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먹으라고 안 하면 몇 번 지나 스스로 한 입 먹어 보는 날이 생깁니다.

물론 매번 거부한다고 다른 반찬으로 바로 바꿔 주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안 먹겠다는 말이 새 메뉴를 부르는 신호가 됩니다. 상에 올리는 음식은 그대로 두고, 먹는 양과 속도만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해 보면 이렇습니다. 브로콜리를 안 먹겠다고 밀어내도, "그래, 오늘은 거기까지" 하고 넘어갑니다. 대신 밥과 국은 그대로 먹게 둡니다. 다음에 또 브로콜리를 올리고, 또 밀어내도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며칠이 지나면 밀어내는 힘이 조금씩 약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도 이 음식이 계속 올라오고, 안 먹어도 별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긴장이 풀립니다.

Q. 한 가지만 먹으려 하는 건 괜찮은가요

한 가지 음식에만 매달리는 시기도 있습니다. 며칠 내내 같은 반찬만 찾는 것을 보면 영양이 걱정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식성은 생각보다 자주 바뀝니다. 한 주 동안 안 먹던 것을 다음 주에 갑자기 먹기도 하고, 몇 달을 거부하던 것을 어느 날 그냥 집어 먹기도 합니다. 그 변화가 언제 올지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상에 꾸준히 올려 두면 올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한 번 거부했다고 그 음식을 상에서 완전히 빼 버리면, 그 가능성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같은 음식이라도 모양이나 조리법을 바꿔서 몇 번 올려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데친 브로콜리는 거부해도 구운 브로콜리는 집어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식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질감이나 냄새가 걸림일 수 있습니다.

작게 잘라서 다른 반찬 옆에 슬쩍 놓아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먹어 봐"라는 말 없이 그냥 접시에 놓아 두면, 아이가 호기심에 손을 뻗는 날이 있습니다. 눈에 자주 보이는 것과 실제로 먹어 보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이 결국 더 빠른 길일 때가 많습니다.

Q. 식탁에서 싸우지 않으려면 뭐가 제일 먼저일까요

여러 집을 보면 식탁 싸움이 잦아지는 자리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식사 시간이 "먹였나 안 먹였나"를 재는 시간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시선을 한 번 옮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몇 그램을 먹었는지가 아니라, 식탁에 함께 앉아 있었는지로 하루를 재는 것입니다. 당장 야채를 안 먹어도, 아이가 식탁을 편안한 자리로 여기는 것이 더 오래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식탁이 싸우는 자리가 되면 아이는 밥상 자체를 피하려 들고, 그러면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 기회도 함께 줄어듭니다.

그러니 오늘 한 숟갈을 못 먹인 날이라도, 아이가 식탁에 앉아 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날입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어른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고, 그걸 억지로 먹으라고 하면 똑같이 불편합니다. 아이에게 요구하는 기준을 어른인 나에게도 똑같이 대 보면, 그 요구가 지나쳤는지 적당했는지 가늠이 쉬워집니다. 내가 먹기 싫은 걸 억지로 삼키는 저녁과, 몇 숟갈만 먹고 넘어가는 저녁 중 어느 쪽이 더 식탁을 편안하게 만드는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맘맘톡

여러 집에서 반복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부모는 영양을 걱정해서 먹이려 하고, 아이는 그 걱정을 압박으로 느껴 더 세게 거부합니다. 같은 식탁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으니 싸움이 길어집니다. 상에 올리는 것은 부모가, 먹는 것은 아이가 — 이 역할만 나눠도 그 식탁의 긴장이 한결 줄어듭니다.

당부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그동안 너무 다그쳤구나, 괜히 애를 잡았구나" 하고 마음이 무거워지실 수 있습니다. 그 되짚음이 자책으로 가면 이 글은 제 몫을 못 한 것입니다. 아이가 골고루 먹기를 바라는 마음은 사랑에서 나온 것입니다. 다만 그 사랑이 식탁에서는 조금 다른 모양으로 전해져야 할 뿐입니다.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까지 보내는 동안, 저도 식탁에서 꽤 오래 씨름했습니다. 한 아이는 몇 년을 당근을 안 먹다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아무렇지 않게 집어 먹었습니다. 그 사이 저는 당근을 채 썰어 보기도 하고, 볶아 보기도 하고, 아예 안 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바뀐 건 당근이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몇 년을 돌아보면, 당근을 먹이려고 애쓴 시간보다 식탁에서 웃으며 보낸 시간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또 같은 반찬이 밀려난다면, 먹으라는 말을 한 번 줄이고 식탁의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보세요.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를 물어보는 쪽으로 화제를 옮기면, 아이도 반찬보다 그 이야기에 더 마음을 둡니다. 그 반찬은 내일도 다시 올릴 수 있습니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식탁에 앉아 하루를, 그리고 끼니를 지나오신 부모님들께, 그 자리가 헛되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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