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러 마트에 갔습니다. 장난감 코너를 지나는데 아이가 한 상자를 집어 들고 "이거 사 줘"라고 합니다. 안 된다고 하니 아이가 그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바닥에 앉아 울고, 사람들이 지나가며 쳐다봅니다. 손을 잡아끌어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떼를 쓸 때 부모가 그 몇 분을 어떻게 지나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떼를 아예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함께 보겠습니다.
Q. 안 된다고 하면 왜 더 심해질까요
마트에서 떼쓰는 아이를 보면 이상한 순서가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조르는 정도였는데, "안 돼"라는 말을 듣고 나면 오히려 울음이 더 커지고 바닥에 앉기까지 합니다. 안 된다고 한 것이 왜 아이를 더 세게 만드는 걸까요.
여기에 심리학에서 쓰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소거 폭발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조르면 사 주던 패턴이 있었다면, 아이의 뇌는 "조르기는 통하는 방법"으로 익혀 둡니다. 그런데 오늘 그 방법이 안 통하면, 아이는 그 방법을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세게 써 봅니다. 전등 스위치를 눌렀는데 불이 안 켜지면 더 세게, 여러 번 눌러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울음이 커지는 것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신호이지, 아이가 더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그러니 이 순간 부모가 느끼는 당황스러움은 당연한 것입니다. 전에 없던 크기의 반응이 나온 것은 지금까지의 방법을 고수하는 아이의 마지막 노력에 가깝습니다. 그 고비만 넘기면 대개는 잦아듭니다.
Q.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 할 일은 말보다 자세입니다. 서서 내려다보며 말하면 아이에게는 혼내는 모양으로 보입니다. 쭈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는 것만으로 긴장이 조금 풀립니다.
그다음에 할 말은 짧게, 그리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갖고 싶은 거 알아. 오늘은 안 돼." 설명을 길게 덧붙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울고 있는 아이에게 긴 이유는 들리지 않습니다. 마음을 먼저 읽어 주고 그다음에 같은 결정을 다시 말하는 것, 그 순서만 지키면 됩니다.
여기서 많은 부모가 걸리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주변 시선입니다. 사람들이 쳐다보면 빨리 끝내고 싶어져서 "그래, 알았어, 사 줄게" 하고 물러서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가 배우는 것은 "더 크게 울면 통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물러서면 다음 마트에서는 더 크게, 더 오래 웁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오늘 하루만 보고 지나가지만, 그 선택은 다음 마트까지 이어집니다.
자리를 옮길지 그대로 버틸지도 자주 묻는 것입니다. 둘 다 때가 있습니다. 통로 한가운데서 다른 손님의 길을 막고 있다면 옮기는 편이 맞습니다. 다만 옮기는 목적이 "빨리 끝내려고"가 아니라 "덜 복잡한 곳에서 같은 말을 계속하려고"라는 점이 다릅니다. 한쪽 구석이나 차로 자리를 옮긴 다음에도 할 말은 똑같습니다. "오늘은 안 돼." 자리를 옮긴 것이 타협의 신호가 되지 않게, 결정은 그대로 두고 장소만 바꾸는 것입니다.
여기서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생각이 자기조절력입니다. 이것은 하고 싶은 것을 참고 기다리는 힘을 말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갖춰진 것이 아니라 이런 순간을 여러 번 지나면서 자라는 힘입니다. 오늘 마트에서 아이가 울다가 결국 멈추고 카트를 따라오는 그 몇 분이, 바로 그 힘이 자라는 자리입니다. 부모가 버텨 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연습이 됩니다. 실제로 이 힘은 마트에서만 쓰이지 않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 친구에게 순서를 넘겨주는 것, 숙제를 끝내고서야 게임을 하는 것도 전부 같은 뿌리를 씁니다. 오늘 마트 바닥에서 몇 분을 버틴 경험이, 나중에 전혀 다른 자리에서도 쓰입니다.
Q. 매번 마트 갈 때마다 이러면 어떻게 하나요
반복되는 집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트에 들어가기 전에 아무 말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들어가서 갑자기 "장난감은 안 돼"라는 규칙을 맞닥뜨리면, 아이로서는 미리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있는 방법은 마트에 들어가기 전, 주차장이나 집 앞에서 미리 말해 두는 것입니다. "오늘은 저녁거리만 사는 거야. 장난감 코너는 구경만 하고 지나갈 거야." 들어간 다음에 정하는 규칙과 들어가기 전에 알려 준 규칙은 아이에게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전자는 갑자기 막힌 것이고, 후자는 이미 알고 있던 약속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작은 것 하나를 미리 정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천 원짜리 과자 하나는 골라도 돼." 아예 안 된다는 말보다 작게라도 고를 수 있는 자리를 주면, 떼를 쓸 이유가 줄어듭니다. 전부 막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되는지를 미리 보여 주는 것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정한 약속은 들어간 다음에도 똑같이 지켜야 효과가 있습니다. 마트 안에서 아이가 다시 조르기 시작했을 때 "아까 약속했잖아"라고 짧게 되짚어 주면, 그 한마디만으로 넘어가는 날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Q. 집에 와서도 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마트에서 있었던 일이 집에 와서도 계속 떠오르는 날이 있습니다. 사람들 시선, 아이의 울음소리, 내가 했던 말들이 자꾸 재생됩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다시 돌려 볼 때 한 가지를 떼어 내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오늘 하루만 그 장면을 보고 각자의 일로 돌아갔습니다. 아이도 저녁을 먹고 나면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오래 남는 것은 부모의 마음뿐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그날 밤 혼자 그 장면을 복기하며 자신을 탓하고 계시다면, 그 시간을 조금 줄여 주셨으면 합니다. 버틴 것은 잘한 일입니다.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하고 그 말을 지킨 것, 그것만으로 오늘 할 일을 한 것입니다.
맘맘톡
여러 집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이는 갖고 싶은 것을 얻으려 가장 센 방법을 꺼내고, 부모는 그 센 방법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 몇 분이 길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시간을 버텨 내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울어도 결정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울어도 사랑받는다는 것,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알려 주는 자리가 바로 그 마트 바닥입니다.
당부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그때 결국 사 줬는데" 하고 마음이 내려앉으실 수 있습니다. 그 되짚음이 자책으로 가면 이 글은 제 몫을 못 한 것입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 버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씨 힘든 일입니다. 오늘 못 버텼다면 다음에 한 번 더 해 보면 됩니다. 아이도 한 번에 배우지 않습니다.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까지 보내는 동안, 저도 마트 바닥에 몇 번이나 쭈그려 앉아 봤습니다. 그때는 사람들 시선이 제일 무거웠는데, 지나고 보니 그 시선은 저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날 저녁에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마트에서 또 그런 순간이 온다면, 서서 내려다보지 말고 한 번 쭈그려 앉아 보세요. 그리고 짧게 같은 말을 반복해 보세요. "갖고 싶은 거 알아. 오늘은 안 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버텨 주는 것, 그것이 전부입니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마트를, 그리고 하루를 지나오신 부모님들께, 그 자리가 헛되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