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쿵 소리가 나고 울음이 터집니다. 달려가 보면 둘 다 울고 있습니다. 하나는 장난감을 쥐고 있고 하나는 바닥에 앉아 있는데, 누가 먼저였는지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누가 먼저 그랬어?"
오늘은 형제가 싸울 때 부모가 서게 되는 자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싸움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그 몇 분을 어떻게 지나갈지를 함께 보겠습니다.
Q. "누가 먼저 그랬어?"가 왜 잘 안 될까요
이 질문은 공정해 보입니다. 잘못한 쪽을 찾아서 바로잡겠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이 말이 떨어지는 순간 아이들이 하는 일은 대개 하나입니다. 자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둘 다 자기 이야기부터 합니다. "쟤가 먼저 뺏었어." "아니야, 내가 먼저 가지고 있었어." 부모는 두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 자리에 없었으니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결국 목소리가 큰 쪽이나 울음이 긴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생깁니다. 이 질문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싸움의 목적이 이기는 것에서 설명하는 것으로 옮겨 갑니다. 다투다가도 부모 발소리가 들리면 하던 것을 멈추고 자기 쪽 이야기를 준비합니다. 그때부터 싸움은 둘 사이의 일이 아니라 부모를 두고 벌이는 일이 됩니다.
그러니 이 질문이 나쁜 말이라기보다,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쪽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판사가 될 수 없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Q. 그럼 뭐라고 물어야 하나요
순서를 하나 바꾸면 달라집니다. 누가 먼저였는지를 묻기 전에, 둘 다에게 같은 것을 먼저 묻는 것입니다. "지금 어떤 마음이야?"
이 질문에는 이기고 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방어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처음에는 "몰라"나 "쟤가…"로 돌아올 수 있는데, 그때는 한 번만 더 물어 주면 됩니다. "쟤 말고, 너 마음."
아이가 "억울해" 또는 "무서웠어"라고 말하면 그 순간 싸움의 성격이 바뀝니다. 아이는 자기가 왜 화가 났는지를 말로 꺼내 본 것이고, 그건 다음에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쓸 수 있는 말이 됩니다.
사실관계는 그다음에 물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아이들이 스스로 말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마음을 먼저 받아 두면 사실을 숨길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Q. 늘 큰아이만 혼내게 됩니다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가장 마음에 걸려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큰아이는 말이 되고 상황을 이해하니 설득이 통합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안 되니 큰아이 쪽을 움직이는 편이 빠릅니다. 급한 상황에서 말이 통하는 쪽에 요구가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큰아이 입장에서 그것은 다르게 쌓입니다. 자기가 더 잘못해서가 아니라 더 컸기 때문에 듣는다는 것을, 아이들은 생각보다 일찍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은 동생에게 갑니다.
완전히 공평하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큰아이에게만 따로, 나중에 한마디 하는 것입니다. "아까 네가 참아 준 거 엄마가 알아." 그 자리에서 공평하게 나누지 못한 것을, 조용한 시간에 이름 붙여 주는 것입니다.
이 한마디가 그 순간의 불공평을 없애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이가 그것을 혼자 삼키지는 않게 됩니다.
Q. 싸움을 아예 줄일 수는 없나요
줄어드는 때가 있기는 합니다. 다만 그 방법이 대개 부모가 기대하는 쪽은 아닙니다.
형제 다툼이 잦아지는 자리를 보면 대체로 비슷합니다. 하나뿐인 물건, 좁은 공간, 그리고 부모의 관심이 한쪽으로 기운 시간입니다. 앞의 둘은 손볼 수 있습니다. 같은 것을 두 개 두거나, 각자의 자리를 정해 주는 식입니다.
세 번째가 어렵습니다. 부모는 한 명이고 아이는 둘 이상이니 관심은 늘 나뉩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양을 늘리기보다 예측이 되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저녁 먹고 나면 너랑 십 분 있을 거야"처럼 시간을 미리 알려 주는 것입니다.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지금 빼앗을 이유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형제가 다투는 것 자체는 문제의 증거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기 몫을 주장하는 법과 물러서는 법을 함께 배웁니다. 그 연습을 집에서 하는 것이 밖에서 처음 겪는 것보다 낫습니다.
맘맘톡
여러 집에서 반복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부모는 그 싸움을 끝내려 하고, 아이들은 그 싸움에서 자기가 옳았다는 것을 확인받으려 합니다. 서로 다른 것을 원하니 몇 분이 길어집니다. 그런데 아이가 원하는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일 때가 많습니다. 그것만 먼저 해 주면 나머지는 생각보다 빨리 끝납니다.
당부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지난번 그 일을 떠올리며 "내가 또 큰애만 잡았구나" 하고 마음이 내려앉으실 수 있습니다. 그 되짚음이 자책으로 가면 이 글은 제 몫을 못 한 것입니다. 급한 순간에 말이 통하는 쪽을 먼저 부르는 것은 부모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까지 보내는 동안, 저도 하루에 몇 번씩 이 자리에 섰습니다. 공부를 봐 주는 시간보다 둘 사이에 서 있는 시간이 더 길었던 해도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낭비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배운 자리가 거기였습니다.
오늘 저녁에 또 소리가 난다면, 달려가서 누가 먼저였는지 묻기 전에 한 번만 숨을 고르고 이렇게 물어 주세요. "지금 어떤 마음이야?" 대답이 안 나와도 괜찮습니다. 물어봤다는 것이 남습니다.
오늘도 두 아이 사이에서 하루를 버텨 내신 부모님들께, 그 자리가 헛되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