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아이가 말합니다. "이 닦았어." 그런데 칫솔이 바짝 말라 있습니다. 분명히 방금 화장실에서 나왔는데요. 그 순간 마음이 두 갈래로 갈립니다. 화가 나는 마음과, 이 아이가 왜 이런 말을 하게 됐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거짓말을 못 하게 만드는 방법보다, 아이가 왜 사실을 말하지 못했는지를 먼저 보려고 합니다. 순서를 바꾸면 다음에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조금 달라집니다.
Q.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들키지 않을 리가 없는 거짓말이 있습니다. 손에 과자 부스러기를 묻힌 채로 안 먹었다고 하고, 젖은 우산을 들고 들어와 비 안 왔다고 합니다. 부모는 어이가 없습니다. 차라리 말이 되는 거짓말을 하면 덜 답답하겠다 싶어집니다.
그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이대로 두면 커서도 그럴까 봐요. 그 걱정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대개 이렇게 하게 됩니다. 첫째, 증거를 들이댑니다 — "여기 부스러기 묻었잖아." 아이는 다음에 부스러기를 닦습니다. 거짓말이 정교해집니다. 둘째, 성격으로 봅니다 — "넌 왜 자꾸 거짓말을 하니." 아이는 자기가 거짓말하는 애라고 배웁니다. 셋째, 끝까지 자백을 받아 냅니다. 받아 내고 나면 부모도 아이도 지쳐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볼 것이 있습니다. 아이는 속이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둘은 다릅니다. 속이려는 거짓말은 이익을 계산합니다. 혼나지 않으려는 거짓말은 계산이 없습니다. 그래서 뻔합니다. 앞뒤가 안 맞는 거짓말일수록 아이가 급했다는 뜻이고, 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무서웠다는 뜻입니다.
Q. 물어보면 더 숨깁니다. 어떻게 물어야 할까요?
"너 아까 어디 갔었어?" 하고 물으면 아이가 눈을 피합니다. "그냥." 다시 물으면 "아무 데도." 이미 알고 물었는데 아이는 끝까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다 목소리가 커지고, 아이는 입을 닫습니다.
알면서 묻는 자신도 좀 이상하다고 느끼신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여기에 구조가 하나 있습니다. 이미 답을 알고 던지는 질문은 아이에게 질문이 아니라 함정으로 들립니다. "어디 갔었어?"라고 묻지만 실은 "왜 거기 갔어"를 말하려는 것이고, 아이도 그걸 압니다. 그래서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를 합니다. 방어를 시작하면 사실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묻는 말을 바꿔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무엇을 했는지 묻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아까 학원 안 갔더라"가 아니라 "아까 무슨 일 있었어?"입니다. 앞의 말은 잘못을 확인하는 말이고, 뒤의 말은 사정을 듣겠다는 말입니다. 아이가 사정을 말하기 시작하면 사실은 대개 따라 나옵니다.
그리고 이미 알고 계신다면 알고 있다고 먼저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선생님한테 연락받았어. 혼내려고 하는 말 아니고, 네 얘기를 듣고 싶어." 아이가 거짓말을 더 쌓지 않아도 되게 해 주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한 번 하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또 해야 하는데, 그 사다리를 부모가 치워 줄 수 있습니다.
Q. 벌을 줘야 할까요? 그냥 넘기면 버릇이 될 것 같아요
거짓말을 확인한 뒤가 더 어렵습니다. 그냥 넘어가면 괜찮다고 배울까 봐 겁이 나고, 벌을 주자니 아이가 더 숨길 것 같습니다. 어느 쪽도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래 망설이셨다면, 그 망설임이 오히려 좋은 신호입니다. 쉽게 결정하지 않으셨다는 뜻이니까요.
여기서 나누어 보면 조금 쉬워집니다. 벌을 주더라도 거짓말한 것과 원래 잘못한 것을 따로 다루는 편이 낫습니다. 숙제를 안 한 것과 했다고 말한 것은 다른 일입니다. 둘을 한꺼번에 묶어 크게 혼내면 아이에게는 "사실대로 말해도 어차피 크게 혼난다"로 남습니다. 그러면 다음번에도 숨기는 쪽을 고릅니다.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두시면 어떨까 합니다. 먼저 사실을 말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한마디 해 줍니다. "말해 줘서 고마워." 그다음에 원래 잘못에 대한 결과를 담담하게 정합니다. 숙제를 안 했으면 오늘 안에 하는 것으로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가 배워야 하는 것은 부모의 화가 아니라 일의 결과입니다.
이렇게 해도 아이가 바로 정직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실을 말했을 때 덜 아팠던 경험이 쌓여야 다음에 말할 마음이 생깁니다. 그 경험은 한 번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Q. 자꾸 반복됩니다. 이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겁이 납니다
한 번이면 넘어가겠는데 같은 일이 세 번, 네 번 반복되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이러나 싶고, 밤에 누우면 그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 밤의 무거움을 저도 압니다. 아이 걱정 같지만 실은 내가 잘못 키우고 있나 하는 물음이라서 더 무겁습니다.
반복되는 거짓말에는 대개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기대가 걸려 있거나, 사실대로 말했을 때 정말 크게 혼난 기억이 있거나, 또는 지금 말하기 어려운 일이 아이에게 있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경우가 제일 중요합니다. 거짓말이 늘어나는 시기에 아이의 다른 자리도 같이 흔들리고 있는지 보아 주십시오. 잠, 밥, 친구, 표정 같은 것들이요.
정서중심 학습코칭에서는 아이가 감추는 것을 바로 고치려 하기 전에, 감추게 만든 자리를 먼저 살펴봅니다. 감추는 행동은 대개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거짓말에 깊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귀찮아서 하는 거짓말도 많습니다. 다만 반복된다면 한 번쯤은 들여다볼 만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붙들어 두시면 좋겠습니다. 거짓말보다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아이에게 말할 곳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거짓말이 늘어난다는 것은 아직 부모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말 닫힌 아이는 거짓말도 하지 않고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맘맘톡
저는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쳤습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거짓말할 일이 적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 숨길 자리가 없어서, 아이가 작은 것 하나를 감출 때 제가 금방 알았습니다. 그리고 알아차린 순간 제가 꼭 한마디를 했습니다. 그게 아이에게는 늘 지켜보는 눈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한참 뒤에 알았습니다. 제가 잡아낸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아이가 혼자 있고 싶어 한 아주 작은 자리였다는 것을요. 그 뒤로는 모른 척하는 법을 조금 배웠습니다. 다 알아야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부모님이 무섭게 키워서가 아닙니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아직 어려운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도 그렇습니다. 우리도 곤란한 일 앞에서 한 박자 돌려 말하지 않습니까. 아이는 그것을 아직 서툴게 할 뿐입니다.
오늘 저녁에 한 가지만 해 보셔도 됩니다. 아이가 어렵게 무언가를 말했을 때, 내용보다 먼저 "말해 줘서 고맙다"고 해 주십시오. 그 한마디가 다음 이야기를 데려옵니다. 그리고 오늘 아이에게 화를 내셨어도 괜찮습니다. 저도 그랬고, 그다음 날 아침에 밥을 차려 주는 것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애쓰고 계신 부모님들 힘내세요.
이 글은 정서중심심리코칭의 일반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한 실전 가이드이며, 아이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걱정되신다면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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