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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미루는 아이, 시간을 앞당기기 전에 볼 것

by 맘맘톡(가치코치) 2026.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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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아홉 시입니다. 아이는 아직 가방을 열지 않았습니다. 낮에 물었을 때는 "이따 할게"라고 했고, 저녁 먹고 물었을 때는 "알았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씻고 자야 할 시간에 숙제를 펴 놓고 앉아 있습니다.

오늘은 숙제를 미루는 아이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제때 하게 만들 수 있는지보다, 왜 미루게 되는지를 먼저 보려고 합니다. 이유를 모르고 방법만 바꾸면 대개 한 주를 못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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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꼭 잘 시간이 다 되어서야 숙제를 시작할까요?

아이의 하루를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갔다가, 돌아와서 저녁을 먹습니다. 그러고 나면 이미 저녁 일곱 시나 여덟 시입니다. 아이 입장에서 그날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이 그때 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숙제로 채우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학교 다녀와서 바로 했으면 벌써 끝났을 일이니까요.

그런데 이 순간 대개 이렇게 하게 됩니다. 첫째, 시간을 앞당깁니다 — "오늘부터 여섯 시에 시작해." 그런데 그 시각에 아이가 집에 없는 날이 있습니다. 둘째, 미루는 성격으로 봅니다 — "넌 왜 항상 마지막에 하니." 아이는 자기가 원래 그런 애라고 배웁니다. 셋째, 끝날 때까지 지켜봅니다. 그날은 되는데 다음 날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나 먼저 볼 것은 아이의 의지가 아니라 하루의 구조입니다. 국가데이터처와 교육부가 2026년 3월 12일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를 보면,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이 84.4%로 가장 높고, 주당 참여시간도 초등학생이 7.4시간으로 가장 깁니다(전체 평균은 75.7%, 7.1시간입니다). 학교가 끝난 뒤에도 아이의 일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숙제는 그 일정이 다 끝난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아이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숙제가 하루의 맨 끝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작 시각을 앞당기기 전에 아이의 하루를 한번 적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적어 놓고 보면 비어 있는 자리가 생각보다 적고, 어디에 넣어야 할지도 같이 보입니다.

Q. 몇 번을 말해야 시작할까요? 매번 잔소리가 됩니다

"숙제했어?" 하루에 세 번쯤 묻습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두 번째는 조금 굳은 목소리로, 세 번째는 결국 화를 내면서요. 아이는 세 번째에야 움직입니다. 그러면 다음 날도 세 번을 말하게 됩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자신이 싫어지는 마음, 많은 부모님이 같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아이는 "세 번째 목소리"를 신호로 배웁니다. 그전까지는 아직 진짜가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횟수를 줄이려고 목소리를 더 일찍 높이면, 아이는 그 높아진 목소리를 새 기준으로 삼습니다. 잔소리가 줄지 않고 세지기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시각 대신 순서를 정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여섯 시에 시작해"가 아니라 "저녁 먹고 나면 숙제"처럼, 이미 매일 하는 일 뒤에 붙이는 것입니다. 시각은 날마다 어긋나지만 순서는 잘 어긋나지 않습니다. 저녁 식사, 씻기, 가방 정리처럼 아이가 어차피 하는 일 하나를 골라 그 바로 뒤에 둡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부모가 매일 말해 주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됩니다. 물론 처음 며칠은 알려 주셔야 합니다. 다만 그때는 "숙제해"가 아니라 "밥 다 먹었네"라고만 해도 됩니다. 요일마다 일정이 다르다면 순서를 두 개만 만들어 두셔도 됩니다. 학원 가는 날과 안 가는 날, 이렇게 둘이면 충분합니다.

Q. 옆에 앉아서 봐 줘야 할까요? 혼자 하게 둬야 할까요?

옆에 앉으면 아이가 곧잘 합니다. 그런데 일어나면 멈춥니다. 그렇다고 계속 앉아 있자니 내 시간이 없고, 앉아 있다 보면 결국 틀린 것을 지적하게 되어 분위기가 나빠집니다. 혼자 하게 두면 한 시간이 지나도 첫 문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둘 다 해 보고 둘 다 아니었던 경험, 저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시작과 지속을 나누어 보면 조금 달라집니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은 대개 문제를 푸는 동안이 아니라 책을 펴고 첫 줄에 손을 대기까지입니다. 그 구간만 넘기면 그다음은 혼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봐 주는 시간은 보통 그 반대로 쓰입니다. 시작할 때는 다른 일을 하다가, 아이가 한참 하고 있을 때 옆에 와서 틀린 것을 봅니다.

그래서 처음 3분만 같이 앉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르치지 않고, 채점하지 않고, 그냥 옆에 앉아 있습니다. 가방에서 꺼내고 오늘 뭘 해야 하는지 소리 내어 확인하는 것까지만 같이 하고 일어납니다. 그리고 다 하고 나면 그때 봅니다. 채점은 끝난 뒤에 합니다. 하는 도중에 틀린 것을 짚으면 아이에게는 숙제 시간이 곧 지적받는 시간이 됩니다. 이렇게 해도 매일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작이 어려운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는 분명해집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부모에게도 수월합니다. 한 시간을 지켜보는 것보다 삼 분을 매일 지키는 편이 오래갑니다.

Q. 숙제 때문에 매일 부딪칩니다. 이러다 사이가 나빠질까 걱정돼요

숙제 하나 때문에 저녁마다 소리가 커집니다. 아이는 방문을 닫고 들어가고, 부모는 거실에 앉아 오늘도 이렇게 끝났구나 생각합니다. 정작 그 숙제는 십오 분이면 끝나는 분량입니다.

그 밤에 스스로가 제일 미워지는 마음, 저도 여러 번 겪었습니다.

한 가지 숫자를 같이 보고 싶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2024년)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생의 정규 수업시간을 제외한 하루 학습시간은 1시간 미만 17.9%, 1~2시간 21.0%, 2~3시간 22.5%, 3~4시간 18.3%, 4~5시간 10.4%, 5~6시간 6.2%, 6시간 이상 3.7%였습니다. 합해 보면 수업 외에 하루 세 시간 넘게 공부하는 아이가 열에 넷 가까이 됩니다. 여기에는 방과후 수업과 학원, 과외, 자습이 모두 들어갑니다.

이 숫자를 아이를 더 시키라는 뜻으로 읽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반대입니다. 아이의 하루는 이미 공부로 채워져 있고, 저녁의 그 숙제는 그 위에 얹히는 마지막 한 겹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순서를 이렇게 두시길 권합니다. 오늘 숙제를 끝내는 것보다 내일도 말을 걸 수 있는 사이로 남는 것이 먼저입니다. 숙제 한 번 빠뜨린 결과는 아이가 학교에서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저녁이 싸움이 되면 그건 몇 년을 갑니다. 정서중심 학습코칭에서도 배움은 마음이 열려 있을 때 들어온다고 봅니다. 닫힌 상태에서 시킨 공부는 대개 그 자리에 남지 않습니다. 오늘 저녁 한 번쯤은 숙제를 못 끝낸 채로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그 한 번이 관계를 지켜 줍니다.

맘맘톡

저는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정해진 숙제도, 검사해 줄 선생님도 없었습니다. 좋을 것 같지만 실은 더 어려웠습니다. 하루를 누가 정해 주지 않으니 전부 제가 정해야 했고, 처음에는 시간표를 촘촘하게 짰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아이도 저도 지쳤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가 움직이는 것은 시간표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다음에 뭘 하는지 몸이 알고 있을 때였습니다. 몇 시에 무엇을 하라고 적어 두었을 때보다, 아침을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는 흐름이 생겼을 때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래서 숙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저는 시각보다 순서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가 숙제를 미루는 것은 부모님이 무언가를 잘못 가르쳐서가 아닙니다. 하루의 맨 끝에 놓인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어른에게도 어렵습니다. 오늘 저녁에 한 가지만 해 보셔도 됩니다. "숙제해"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 옆에 삼 분만 앉아 계셔 보세요. 그러고도 안 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날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재우셔도 괜찮습니다. 오늘도 애쓰고 계신 부모님들 힘내세요.

이 글은 정서중심심리코칭의 일반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한 실전 가이드이며, 아이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걱정되신다면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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