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에 담임 선생님 번호가 뜨고, "○○이가 오늘 친구를 때렸습니다"라는 말을 들으셨나요. 우리 아이가 맞고 온 날의 이야기는 많은데, 때리고 온 날에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는 알려 주는 곳이 드뭅니다. 오늘은 그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사과까지,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Q. 선생님 전화를 받은 그 순간,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오후 세 시, 저장돼 있지 않은 번호가 뜹니다. 담임 선생님이고, 오늘 쉬는 시간에 우리 아이가 친구를 밀었고 그 아이가 울었다고 하십니다. 코칭에서 자주 듣는 장면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이 하원 시간까지 남은 두 시간이 유난히 깁니다.
그 두 시간 동안 부모님 마음이 무너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그 전화를 옆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어른인 제 손이 먼저 떨렸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대부분 이렇게 하십니다. 첫째, 전화를 붙든 채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사과는 필요하지만 그 통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기회는 그렇게 지나갑니다. 둘째, 아이를 보자마자 추궁합니다 — "너 오늘 왜 그랬어". 아이는 이미 학교에서 지적을 받고 왔기 때문에 방어부터 하게 됩니다. 셋째, 상황을 먼저 설명합니다 — "우리 애가 원래 안 그러는데". 그 말이 사실이어도 상대 부모에게는 변명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 먼저 할 일은 사과도 추궁도 아니라 정보를 나누어 두는 것입니다. 통화에서는 세 가지만 확인하시면 충분합니다. 언제 어디서 있었던 일인지, 상대 아이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학교에서는 어떻게 처리할 예정인지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확인한 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 두시면 됩니다.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와 아이에게 들을 이야기를 섞지 않고 따로 적어 두는 것, 그것이 이 날의 첫 번째 일입니다. 그 통화에서 아이의 평소 모습을 설명하거나 상대 아이의 행동을 묻는 일은 미루셔도 됩니다. 두 가지 이야기가 한 통화에 섞이면 나중에 무엇이 학교의 관찰이고 무엇이 우리 짐작이었는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Q. 아이에게 어떻게 물어야 사실이 나오나요?
저녁 밥상에서 "오늘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으면 대개 "몰라"가 돌아옵니다. "왜 때렸어?"라고 물으면 "걔가 먼저 했어"에서 멈춥니다. 그다음을 물으면 아이는 숟가락을 놓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코칭에서 부모님들이 가장 답답해하시는 지점입니다.
아이가 입을 닫으면 부모는 숨길 게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순간 대부분 이렇게 하십니다. 첫째, 이유를 캐묻습니다 — "도대체 왜". 여덟 살에게 자기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라는 건 어려운 과제여서 "그냥"으로 돌아옵니다. 둘째, 변명을 자릅니다 — "핑계 대지 마".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가 겪은 일의 절반이 지워지는 셈이라 나머지도 말하지 않게 됩니다. 셋째, 바로 훈계로 넘어갑니다 — "친구를 때리면 되겠어 안 되겠어". 아이는 정답을 알고 있어서 "안 돼요"라고 답하고, 그 자리에서 대화가 끝납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유가 아니라 순서를 물을 때 나옵니다. "그 일 있기 바로 전에 뭐 하고 있었어?"로 시작해서 "그때 몸이 어땠어? 뜨거웠어, 차가웠어?", "그다음엔 어떻게 됐어?"로 이어 가시면 아이는 장면을 시간 순으로 꺼냅니다. 감정을 몸의 느낌으로 묻는 것은 아이가 대답하기 쉬운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장면이 다 나온 뒤에 "그래서 미는 것 말고 할 수 있었던 건 뭐였을까"를 묻습니다. 사실을 듣는 일과 잘못을 짚는 일은 같은 자리에서 하되 순서를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순서가 바뀌면 아이는 다음부터 장면을 숨깁니다.
Q. 사과는 어떻게 시켜야 하나요?
사과 편지를 쓰자고 하면 아이가 "싫어"라고 버팁니다. 억지로 쓰게 하면 "미안해. 끝."이라고 적습니다. 상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 하는지, 직접 만나야 하는지,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하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 시간을 끌다가 며칠이 지나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를 시키는 일이 사과하는 일보다 어렵다는 말을 부모님들께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대부분 이렇게 하십니다. 첫째, 부모가 아이 몫까지 사과합니다. 어른끼리는 정리되지만 아이는 자기가 한 일이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모른 채 넘어갑니다. 둘째, 형식을 강요합니다 — "무릎 꿇고 사과해". 아이는 사과가 벌이라고 배우게 됩니다. 셋째, 없던 일로 덮습니다 — "애들 싸움인데 뭘". 상대 아이와 부모에게는 그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할 수 있는 사과에는 세 조각이 있습니다. 내가 한 행동을 말하기("내가 밀었어"), 상대가 겪은 일을 말하기("네가 넘어져서 아팠지"), 다음에 어떻게 할지 말하기("화나면 선생님한테 갈게")입니다. 이 세 조각을 아이가 자기 말로 채우면 두 줄짜리 편지도 사과가 됩니다. 부모의 사과는 부모가 따로 하시면 됩니다. 두 사과는 성격이 다르니 섞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 부모님께 연락하실 때는 학교를 통해 시간을 잡는 것이 서로 부담이 적습니다. 아이가 끝내 사과를 거부한다면 그 자리에서 힘으로 시키기보다 무엇이 걸리는지 먼저 들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사과하면 다 내 탓이 되잖아"라는 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두 가지를 나누어 주시면 됩니다. 밀린 일에 대해 상대가 아팠던 것은 사실이고, 그 전에 네가 겪은 일은 따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며칠에 걸쳐 지켜볼 것
그날 하루로 끝나지 않는 일이라 며칠은 기록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상대와 반복되는지, 특정 시간대(쉬는 시간·체육·하교 직전)에 몰리는지, 몸이 피곤하거나 배고픈 날에 겹치는지를 짧게 적어 두시면 됩니다. 평가하는 말 대신 본 것만 적는 것이 요령입니다. "공격적임"이 아니라 "3교시 끝나고 줄 서다가 밀침"처럼 적습니다. 이 기록은 나중에 담임 선생님이나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 가장 쓸모 있는 자료가 됩니다. 집에서 보이는 모습도 같이 적어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손이 먼저 나가는 상황이 집에서도 있는지, 형제와 부딪힐 때는 어떤지, 잠들기 전에 그날 일을 꺼내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학교에서만 그런 아이와 어디서나 그런 아이는 다음에 할 일이 달라집니다.
전문기관 상담을 권하는 신호
같은 일이 2주 안에 세 번 이상 반복되거나, 상대가 다칠 정도의 힘이 실리거나, 아이가 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할 때는 상담을 권합니다. 잠·식사·기분에 뚜렷한 변화가 함께 보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운 창구는 학교의 위(Wee) 클래스, 지역 위(Wee) 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입니다. 학교폭력 사안으로 절차가 시작된 경우에는 담임 선생님께 진행 절차를 문서로 안내받아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끝까지 "안 때렸다"고 합니다. 부모가 판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보셨대. 네가 본 건 어땠어?"로 두 이야기를 나란히 두시고, 차이가 남으면 그대로 담임 선생님께 전하시면 됩니다.
Q. 상대 부모님이 많이 화가 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이 사정을 설명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사실 확인과 사과를 먼저 하고, 아이의 사정은 학교를 통해 따로 전하는 쪽이 오해가 적습니다.
Q. 또 그럴까 봐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가 불안합니다. 아이에게 그 불안을 그대로 전하면 아이는 자기가 위험한 사람이라고 배웁니다. 대신 그날 아침에 할 일을 하나만 정해 주세요. "화가 올라오면 선생님 쪽으로 걸어가기"처럼 몸으로 할 수 있는 행동 하나면 충분합니다. 아이가 기억할 수 있는 개수는 하나입니다.
맘맘톡
코칭에서 만난 한 아이는 사흘 동안 "걔가 먼저 했어"만 반복했습니다. 나흘째에 엄마가 이유 대신 순서를 물었더니 "줄 설 때 뒤에서 가방을 잡아당겼고, 세 번째에 손이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잡아당긴 일도, 민 일도 그제야 각각 자리를 찾았습니다. 그 집에서 달라진 건 아이가 아니라 질문이었습니다. 때린 아이의 부모는 잘못을 덮으려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아무 말도 못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일과 잘못을 감싸는 일은 다릅니다. 순서만 지켜도 그날 저녁이 덜 힘드실 겁니다. 오늘도 가치코칭하시는 부모님들 힘내세요.
이 글은 정서중심심리코칭의 일반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한 실전 가이드이며, 아이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걱정되신다면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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